독일 '재즈 바람'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 : 2015.04.30 00:33

[세계 최대 재즈 마켓 獨브레멘 '재즈어헤드' 가보니]

10주년, 53개국 850개 회사 참여
"獨, 2009년부터 뮤지션들 지원… 외국 공연 땐 항공료·숙박비도"
'자라섬 축제' 등 한국 부스 붐벼… 관람객들에 소주·땅콩도 제공

쿠바 재즈를 들어보라며 CD 한 뭉치를 건넨다. 에스토니아 재즈에 관심 없다면 에스토니아 보드카라도 마시고 가란다. 핀란드는 재즈 앨범을 수북이 쌓아놓고 호객한다. 지난 23~26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재즈 마켓 '재즈어헤드(Jazzahead)' 풍경이다.

세계 최대 재즈 마켓 재즈어헤드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53개국 850개 회사가 참여했다. 관람객은 나흘간 3만명에 달했다. 올해 독일 외무부는 한국·영국·일본을 비롯한 14개국 기자와 재즈 평론가들을 초청해 독일이 어떻게 유럽 재즈의 중심이 됐는지 보여줬다.

지난 24일 독일 ‘재즈어헤드’ 무대에 선 독일 밴드 ‘노틸러스’는 실험적인 재즈를 선보였다. 색소폰과 피아노의 절묘한 협연이 큰 박수를 받았다. /브레멘=한현우 기자
지난 24일 독일 ‘재즈어헤드’ 무대에 선 독일 밴드 ‘노틸러스’는 실험적인 재즈를 선보였다. 색소폰과 피아노의 절묘한 협연이 큰 박수를 받았다. /브레멘=한현우 기자
여름에만 재즈 페스티벌 10개가 열리는 독일은 1년 내내 재즈 축제가 있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뮤지션은 많지 않지만, 세계 3대 재즈 레이블(블루노트·버브·ECM) 창립자가 모두 독일인일 만큼 재즈 강국이다. 독일 내 24개 음악대학 중 20곳에 재즈학과가 있고 베를린에만 재즈 공연이 열리는 클럽이 150개에 달한다.

"뮤지션들에게 연금을 주는 프랑스보다는 못하지만 독일도 2009년부터 재즈 뮤지션들에게 지원을 많이 하고 있어요. 외국 공연을 하게 되면 항공료와 숙박비를 전액 연방정부에서 대줍니다. 물론 클래식 음악에 비해서는 아직 적은 금액이지만 말이죠." 재즈 가수이자 독일 외무부 산하 음악 단체인 '이니셔티브 뮤직'의 레카씨 말이다. 독일 외무부 문화교류국 젠스 바이큐프너 국장은 "독일 정부는 뮤지션들을 지원하면서 어디에 쓸 것인지 명시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지원을 이유로 음악계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즈어헤드는 크게 네 부문으로 나뉘었다. 독일 재즈를 집중 소개하는 '저먼 재즈 엑스포', 유럽 이외 국가 재즈를 선보이는 '오버시즈 나이트', 유럽 재즈 무대인 '유러피언 재즈 미팅', 그리고 브레멘 시내 27개 클럽에서 펼쳐지는 '클럽 나이트'다. 올해 이 마켓 쇼케이스에 지원한 세계 뮤지션들은 500개에 달했다. 그중 심사위원들이 뽑은 40개 팀만 무대에 올랐다. '저먼 재즈 엑스포' 뮤지션들은 대개 실험적인 하드밥 또는 포스트밥을 연주했다.

재즈어헤드 박람회에 설치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부스는 “우리도 자라섬에 서게 해달라”는 세계 재즈 관계자들로 항상 북적였다.
재즈어헤드 박람회에 설치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부스는 “우리도 자라섬에 서게 해달라”는 세계 재즈 관계자들로 항상 북적였다.
올해 재즈어헤드 무대에 오른 한국 재즈 뮤지션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차려놓은 부스 2곳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나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부스였고, 나머지는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마련한 '뮤직 프롬 코리아(Music From Korea)'였다. 8년째 참가하고 있는 자라섬 부스에는 'Korea'라는 표시도 없었지만 세계 재즈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상담을 했다. 자라섬 인재진 총감독은 "솔직히 귀찮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뮤지션을 자라섬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며 "들어봐달라고 받는 앨범이 매년 200장 정도 된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참여한 한국문화원 부스에서는 한국 재즈 전도사인 재즈 칼럼니스트 나빌 아타시씨를 비롯한 독일인 2명이 사람들의 문의를 받았다. 오후 5시쯤 각 나라 부스에서는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한국 부스에는 소주와 땅콩이 등장했다.

재즈어헤드는 팝과 클래식으로부터 협공당하고 있는 세계 재즈계가 공생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재즈어헤드에서 '독일 재즈 저널리즘상'을 받은 평론가 울프 캄프만씨는 "다들 '재즈가 새로운 클래식'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클래식만큼 재즈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 재즈 단체 BJ재즈 대변인 프란치스카 부흐레씨는 "독일 젊은 세대가 클래식만큼이나 재즈 공연을 많이 보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