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3 03:00
| 수정 : 2015.01.13 09:59
[배우 존 말코비치, 서울바로크합주단 50주년 공연 서다]
크세니아 코간 피아노 맞춰 소설 '영웅들과 무덤…' 낭독
"다양한 경험하는 건 멋진 일… 하나만 택하라면? 연극 연출"
11일 배우 존 말코비치(Malkovich·62)를 인터뷰하러 택시를 타고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가고 있었다. 기자와 말코비치 수행원의 전화 통화를 듣게 된 택시 기사는 기자가 전화를 끊자마자 물었다.
"혹시 말코비치, 그 악당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그 사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요?"
볼 수 있다. 영화관이 아니라 클래식 공연장에서. 말코비치는 1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소설을 낭독한다. 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지만, 그는 첫 방한에서 이 영화 홍보도 사양하고 공연에만 나선다. 아르메니아 지휘자 세르게이 심바탄이 지휘하고, 러시아 피아니스트 크세니아 코간이 슈니트케의 피아노와 현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중간중간에 말코비치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영웅들과 무덤에 관해' 중 일부를 읽는다.
"혹시 말코비치, 그 악당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그 사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요?"
볼 수 있다. 영화관이 아니라 클래식 공연장에서. 말코비치는 1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소설을 낭독한다. 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지만, 그는 첫 방한에서 이 영화 홍보도 사양하고 공연에만 나선다. 아르메니아 지휘자 세르게이 심바탄이 지휘하고, 러시아 피아니스트 크세니아 코간이 슈니트케의 피아노와 현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중간중간에 말코비치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영웅들과 무덤에 관해' 중 일부를 읽는다.

말코비치는 "엄청나게 진지한 클래식 음악 팬도 아니고, 지식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클래식 음악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를 통해 지휘자 마르틴 하젤뵈크를 소개받았고, 하젤뵈크는 그에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말코비치는 "그때 제안받은 작품이 맘에 들지 않아서 아예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자고 했다"고 했다. 오스트리아의 연쇄살인마인 잭 운터베거를 다룬 '인퍼날 코미디'는 그렇게 나왔다. 그는 그 뒤에 꾸준히 자신이 연출한 클래식 공연 무대에서 연기나 노래를 했다.
"한국 공연에서 새로운 것을 해보자고 고민하던 중에 크세니아가 슈니트케의 협주곡을 제안했어요. 그녀가 좋아하는 곡이죠. 그 곡을 들었을 때 저는 사바토의 '영웅들과 무덤에 관해'의 세 번째 장(章)인 '더 리포트 온 더 블라인드'가 떠올랐어요. 두 작품 모두 편집증적이고, 음, 시적이면서, 음, 불협화음을 느끼게 하지요."
말코비치는 대답하기 전에 한참 뜸을 들였다.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거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질문을 하고서 속으로 다섯은 세야 들을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나긋나긋했다. 서정적이면서 음악적이었다. 대답 도중 자주 나오는 '음'은 노래의 추임새의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흘 정도 마약에 절어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실제로는 "담배만 가끔 피운다"고 했다.
"한국 공연에서 새로운 것을 해보자고 고민하던 중에 크세니아가 슈니트케의 협주곡을 제안했어요. 그녀가 좋아하는 곡이죠. 그 곡을 들었을 때 저는 사바토의 '영웅들과 무덤에 관해'의 세 번째 장(章)인 '더 리포트 온 더 블라인드'가 떠올랐어요. 두 작품 모두 편집증적이고, 음, 시적이면서, 음, 불협화음을 느끼게 하지요."
말코비치는 대답하기 전에 한참 뜸을 들였다.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거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질문을 하고서 속으로 다섯은 세야 들을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나긋나긋했다. 서정적이면서 음악적이었다. 대답 도중 자주 나오는 '음'은 노래의 추임새의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흘 정도 마약에 절어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실제로는 "담배만 가끔 피운다"고 했다.

"음악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음,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은 연기와는 달라요. 물론 연극 무대에서 음악이 나오긴 하지만, 음, 예산 때문에 현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는 없어요. 클래식 무대에 설 때 제 목소리는 하나의 악기로 참여하는 거예요. 노래는 안 배웠어요. 음, 배워서 할 수 있는 건 없죠. 대학 때 술집에서 기타 치며 포크를 부르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봤기 때문에 노래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원래 모차르트 때는 전문 오페라 가수가 없었어요. 배우가 노래를 불렀죠."
말코비치는 '사선에서' '콘에어' '여인의 초상' 등의 악역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꼽히는 대표작은 '존 말코비치 되기'다. '말코비치가 된다'는 것은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가수이고, 연극연출가와 세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말코비치로 사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를 다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해서 하겠어요? 만약 딱 한 가지 선택해야 한다면, 음, 그건 연극 연출입니다."
말코비치는 '사선에서' '콘에어' '여인의 초상' 등의 악역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꼽히는 대표작은 '존 말코비치 되기'다. '말코비치가 된다'는 것은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가수이고, 연극연출가와 세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말코비치로 사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를 다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해서 하겠어요? 만약 딱 한 가지 선택해야 한다면, 음, 그건 연극 연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