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리뷰] 치열한 심리극, 촘촘한 완성도… 눈을 뗄수 없소

입력 : 2014.11.24 00:16

달이 물로 걸어오듯

잘 만든 스릴러 심리극 같은 창작 오페라였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세종 M씨어터에서 올린 '달이 물로 걸어오듯'(20~23일)은 계모와 동생을 죽인 아내 경자의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간 트럭 운전사 수남의 갈등을 축으로 진실을 밝혀 가는 줄거리부터 남달랐다.

'생각을 해보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수남이 교도소 감방에서 아내의 사랑에 의문을 품는 프롤로그부터 아내와의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 결말에 이르기까지 1시간 40분 내내 무대에서 눈을 못 뗄 만큼 드라마는 밀도가 높았다. '나는 화물차 운전수요/짐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오'처럼 노랫말과 대사는 소극장 연극처럼 함축적이었다. 지난 2년간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끈 창작 오페라 워크숍을 통해 대본과 음악을 다듬어온 작가 고연옥과 작곡가 최우정의 협업이 '지금, 여기' 우리의 얘기를 다루는 새 오페라를 만드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최우정의 음악은 드라마에 착착 달라붙었다. 현대 음악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대중적 선율의 독창과 이중창을 적절히 섞어, 창작 오페라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걷어냈다. 가끔 대사체 노랫말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것은 아쉽다.

지난 5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를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윤호근은 연주자 20명으로 이뤄진 챔버 피니 오케스트라를 솜씨 있게 이끌었다. 609석짜리 극장 규모에 맞추고 드라마와의 호흡에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인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함께 큰 소리를 내기보다 현(絃)이나 클라리넷, 첼로, 트럼펫 같은 악기들이 따로따로 소리를 내는 장면이 두드러졌다.

주인공 수남 역의 바리톤 염경묵은 연극배우 뺨치듯 자연스럽게 대사와 연기를 해냈고, 복잡한 내면을 담은 아리아도 능숙하게 불렀다. 경자 친구인 미나 역 소프라노 윤성회는 로시니 오페라 아리아 같은 고난도의 노래를 잘 소화했다. 무엇보다 '오페라는 나와 멀리 떨어진 어느 시절,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극적이며 치열한 삶의 목소리'(작가 고연옥)라는 제작진의 취지가 먹혀든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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