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생생하다, 흐르는 몰다우 강물처럼

입력 : 2014.05.29 00:22

13년 만에 내한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기 전까지 스메타나의 '몰다우'가 이런 곡인 줄 미처 몰랐다. 두 대의 플루트가 주고받는 16분 음표들은 몰다우 강의 작은 물결처럼 유려하게 흐르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줄을 퉁기는 소리는 물방울 튀듯 생생했다. 달빛 비치는 몰다우 강의 신비로운 밤, 급류를 만난 강물의 거친 흐름에 이르기까지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는 몰다우 강 그 자체였다. 오랜 세월 몰다우 강과 함께 해온 그들에게 스메타나의 음악은 모국어나 다름없었다.

27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선 체코 필하모닉은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음악의 진수를 선보이며 갈채를 받았다. 오랜 전통의 숙성된 소리, 몸에 밴 리듬, 일사불란한 앙상블…. 그들의 연주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무엇보다 지휘를 맡은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의 탁월한 리더십은 공연 내내 빛났다.

체코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지휘자 벨로흘라베크(오른쪽)와 협연자 폴 루이스. /성남아트센터
체코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지휘자 벨로흘라베크(오른쪽)와 협연자 폴 루이스. /성남아트센터
체코 음악 해석에 정평이 나있는 벨로흘라베크는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암보로 지휘하면서 작품 곳곳의 세부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한 면모를 보였다. 그가 지휘봉을 흔들면 체코 음악 특유의 악센트와 민속 춤곡의 생기발랄한 리듬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공연 후반에는 국내에선 거의 연주되지 않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6번이 연주돼 관심이 쏠렸는데, 전 악장 가운데 체코 민속 춤곡인 '퓨리안트'의 활기찬 리듬이 돋보이는 3악장은 가슴 뛰게 할 만큼 역동적이었다.

공연 전반부에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폴 루이스는 잘 다듬어진 톤과 명상적인 깊이를 담은 연주로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교향곡과 같은 장대한 규모와 두터운 오케스트레이션을 갖추고 있어 피아니스트에겐 대단히 부담이 되는 작품이지만, 루이스는 이 곡이 담고 있는 깊은 우수와 격정을 남김없이 표현해냈다. 3악장에선 뒷심이 부족한 듯했으나 감각적인 리듬 처리가 일품이었고, 약음기를 낀 현악을 배경으로 펼쳐진 2악장의 명상적인 피아노 연주는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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