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지휘하랴 피아노 치랴, 바쁘네요 켐프씨

입력 : 2014.05.19 00:48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 콘서트

"모차르트가 다시 태어난 것 같아." "피아니스트가 지휘하면서 연주하느라 보는 사람까지 정신이 헷갈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영국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37) 콘서트를 본 청중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날 켐프가 유별나기는 했다. 하룻밤에 베토벤 협주곡 3개(3,4,5번)를 연주하는 것도 벅찬데, 코리안 심포니를 이끌고 지휘까지 했다.

17일 프레디 켐프가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왼손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17일 프레디 켐프가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왼손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오른손에 지휘봉을 들고 나온 켐프는 독주 부분 직전까지 힘있게 지휘하다 피아노에 앉았다. 관객을 등진 채 연주하면서 피아노 너머로 지휘하는 게 아니라, 여느 피아노 협연처럼 오른쪽은 객석, 왼쪽엔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켐프는 오른손으로 빠르게 트릴을 하면서도 왼손으로 지휘하는가 하면, 피아노 솔로 중간중간에도 일어서거나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지휘에 신경을 썼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머리와 어깨 움직임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건반을 놓치거나 음을 짧게 끊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휘와 연주를 겸한 연주자들은 종종 있다. 국내에서도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와 막심 벤게로프(바이올린),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김대진이 협주곡을 지휘하며 직접 연주를 들려줬다. 하지만 대부분 독주가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에 맡기고 자기 연주에 전념한다. 하지만 켐프는 달랐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시선은 대부분 오케스트라를 향했다. 피아노에 전념하는 때는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카덴차 정도였다. 피아니스트 켐프의 존재감을 보여준 순간은 아쉽게도 짧았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출신인 켐프는 '젊은 호로비츠'로 불릴 만큼 영국이 자랑하는 스타 연주자다. 2011년과 2012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영국 11개 도시를 돌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직접 지휘하고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첫해엔 1~3번, 이듬해 4~5번을 연주했다. 로열 필과는 여덟 살 때부터 협연한 사이이니 궁합이 잘 맞을 법하다. 하지만 13일 입국해 리허설 사흘 만에 '켐프표(標) 베토벤 협주곡'을 내놓기엔 벅차보였다. 켐프의 집중력과 힘은 놀라웠으나, 피아노에 좀 더 몰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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