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와 번개의 공통점? 오락가락 한다는 거죠"

입력 : 2013.06.24 23:31

비올리스트 장중진, 내년까지 바흐·힌데미트 연주 "어렵지만 예술적 가치 있어"

/이덕훈 기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장중진(45·사진) 비올라 수석이 농담을 들려줬다. "비올라를 연주할 줄 알지만, 연주하지 않는 사람을 뭐라 하는 줄 아세요? 교양 있는 신사(紳士)랍니다. 연주하면 듣기 싫으니까." "비올라와 번개의 공통점은? 오락가락한다. 오락가락하는 번개처럼 음정이 많이 틀린다는 얘기죠."

스물여섯에 미 동부의 오케스트라 명가(名家)에 부수석으로 입단한 장중진씨는 비올라에 대한 '자학 농담'을 스스럼없이 풀어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을 못하거나 기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뛰어난 연주자가 많이 나왔지만 독주 악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그는 "바이올린이나 첼로보다 날카롭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음을 이어주는 소리가 비올라의 매력"이라고 했다.

장씨는 시카고 심포니 로버트 첸 악장, 1996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 김수빈 등과 만든 요하네스 4중주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독주자로도 주목받는다. 그가 연주한 슈만이나 힌데미트 소나타는 비올라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중진씨는 올해와 내년 금호아트홀에서 네 차례에 걸쳐 바흐와 힌데미트의 작품 15편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금호아트홀이 기획한 '바로크 앤 비욘드 시리즈'. 27일엔 바로크 작곡가인 바흐(1685 ~1750)와 바흐 스타일을 흠모했던 현대 음악가 힌데미트(1895~1963) 작품 4편을 공연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비올라로 연주하고, 비올라 연주자였던 힌데미트의 비올라 소나타를 들려준다. "힌데미트같이 어려운 현대 음악을 왜 연주하느냐고요? 예술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바흐도 그 시대 사람들이 좋아한 작곡가는 아니었어요. 어렵고 복잡했으니까. 하지만 살아남았잖아요."


▷바흐와 힌데미트 프로젝트 1, 27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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