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엔 '代打'였던 그녀… 이젠 바로크 거장들과 협연

입력 : 2013.05.15 23:20

벨기에·영국 명문 악단과 협연 갖는 소프라노 임선혜

/LG아트센터 제공
2010년 9월 파리 북역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소프라노 임선혜(37)는 짐 가방을 끌고 역으로 향하는 노신사를 보고 뛰쳐나갔다. 백발의 신사는 벨기에 출신의 바로크음악 거장인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66).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칼스루에 음대에서 갓 유학 생활을 시작한 당시 23세의 임선혜에게 1999년 '대타'로 유럽 데뷔 기회를 선사했던 은인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함께 무대에 서자"고 약속했다.

다음 달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공연은 2년 반 만에 이 약속이 성사된 무대다. 14년 전에는 하루 전 '간택'을 받은 '태타'였지만 이번에는 엄연한 협연이다. 헤레베헤는 자신의 악단(샹젤리제 오케스트라)과 합창단(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을 지휘하고, 임선혜는 독창자로 무대에 선다. 임선혜는 내달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영국의 명문 바로크 연주 단체인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과도 퍼셀과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로 협연한다.

임선혜는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등 유럽의 바로크 거장들과 협연하는 바로크 전문 소프라노. 160㎝ 안팎의 단신이고 성량(聲量)도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맘껏 놀며 재기와 '끼'를 발산하고, 화려한 바로크를 노래할 땐 우아하다.

내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바로크 작곡가들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썼던 독창 칸타타를 첫 독집 음반으로 발표할 예정.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해외 연주를 다니면서도 현지에서 외국어 교습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반짝스타가 되기보다 무대에서 장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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