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짜장면만 매일 먹나요, 현대음악도 맛 좀 보시죠"

입력 : 2013.05.05 23:32

'현대음악의 전도사' 강혜선

9일 금호아트홀 독주회를 위해 내한한 재불(在佛)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52·사진)의 별명은 '현대음악의 전도사'. 관객 수가 적어 '소수(클래식) 중의 소수'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는 현대음악이 그의 전공이다.

강혜선은 19세 때 난생처음 참가한 이탈리아의 로돌포 리피제르 콩쿠르에서 덜컥 1위에 입상했다. 부상(副賞)이었던 순회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만 7차례 연주하다가 '죽어도 이 생활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음식도 자장면을 먹으면 다음엔 국밥이 생각나는데 어떻게 매일 같은 곡만 연주하고 사느냐"고 했다.

열다섯살 때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스무 살에 파리 음악원 석사과정까지 초고속으로 마쳤다. 1993년 서른다섯에 파리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됐지만, 반년 만에 제 발로 걸어 나왔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카라얀·바렌보임 등이 거쳐간 명문 악단. 하지만 동양인 악장이나 여성 악장이 드물던 시절, 텃세가 심했다. 이듬해 강씨는 프랑스 최고의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엥테르콩탕포렝'에 들어갔다. 20년째 단원으로 활동 중. 피에르 불레즈와 진은숙 등 내로라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이 그의 연주를 통해 세상에 빛을 보았다. 초연 곡의 숫자를 묻자, 강씨는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라고 했다. 지금도 작곡가가 보내준 악보를 공부하거나 연습하는 작품만 한 달 최대 20여 곡에 이른다.

불레즈는 악보 한 장이 완성될 때마다 팩스로 보냈다. 연주 날짜가 다가오자 강씨는 밥 먹을 때도 악보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음계를 짚는 연습을 했다. 골치 아프고 지루한 현대음악을 왜 들어야 할까. 그는 "베토벤으로 음악은 끝난 게 아니라, 불레즈와 진은숙의 시대에도 여전히 음악은 창조된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신작이 내일 고전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흥분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9일 독주회에서 강씨는 직접 세계 초연한 마르티노 트라베르사와 후지쿠라 다이의 바이올린 독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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