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하는 이유 "피가 당기니까"… 국악하는 방법 "피가 끓는 대로"

입력 : 2013.03.27 23:50

창극 '서편제' 작곡·연주 맡은 在日 음악가 양방언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25일 서울 장충동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청준 원작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바탕으로 하는 창극 '서편제'의 리허설 현장이다. 창극에서 '춘향가'와 '심청가' 등 판소리 눈대목(하이라이트)이 끝날 때마다, 피아니스트 양방언(53)씨가 연주하는 정감 어린 피아노 소리가 실타래처럼 판소리를 이어주고 있었다.

창극‘서편제’에서 작곡과 연주를 맡은 재일 한국인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씨. 영화와 다큐멘터리, 게임 음악을 넘나드는 전방위 음악인이지만 창극 작곡은 처음이다. /국립극장 제공
창극‘서편제’에서 작곡과 연주를 맡은 재일 한국인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씨. 영화와 다큐멘터리, 게임 음악을 넘나드는 전방위 음악인이지만 창극 작곡은 처음이다. /국립극장 제공

재일 한국인 2세인 양방언씨는 27~31일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창극에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까지 전방위 음악가인 그에게도 창극은 첫 도전. 조용히 연주하던 그는 동호가 의붓아버지 유봉에게 반항하며 북채를 던지는 장면에서 한참이나 무대를 응시했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도 제가 음악 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형과 세 누나 모두 의사와 약사거든요. '밥은 먹고 다니냐'고 걱정하시면서도 끝내 맘을 풀지 않았던 아버지가 떠오르네요."

제주 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양씨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마취과 의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중학교 땐 밴드에서 기타와 드럼, 의대생 때는 명문 재즈 클럽에서 건반을 쳤던 그는 음악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가 홍콩에서 록 밴드의 음반 작업을 하고 있던 1994년, 아버지는 간암으로 타계했다.

다양한 장르를 접해봤지만, 창극은 '난제' 중의 난제. "자유롭게 꿈틀거리며 변화하는 판소리의 선율과 사물놀이의 장단은 역동성이 넘친다. 하지만 피아노에서 출발한 내게는 막상 손에 잡힐 듯하다가도 달아나는 음악 같았다"고 했다.

"'천년학' 때도 고민이 많았죠. 임권택 감독께서 이렇게 말하셨어요. '애써 걱정하지 말게. 대본을 읽고 촬영 현장을 보고 있으면 당신의 피가 먼저 느끼는 게 있을 테니.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가게.'"

양씨는 "의도적으로 공부하듯이 국악에 접근하고 싶진 않다. 거꾸로 내 피가 끓고 느끼는지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리랑' 음반을 펴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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