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1 11:55
●전시명: '서투른 작곡가Amateur Composer'
●기간: 8. 20 ─ 9. 27
●장소: PKM 갤러리(삼청로7길 40)

PKM 갤러리는 8월 20일부터 9월 27일까지 홍영인b.1972의 개인전 «서투른 작곡가Amateur Composer»를 개최한다. 홍영인은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위계 구조를 비이분법적 사고와 다매체적 접근을 통해 유연하게 허무는 작업으로 주목받아 온 작가다.
올 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홍영인: 다섯 극과 모놀로그»에 이어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에서 출발하여 시각과 촉각, 움직임의 공감각을 경유하는 조각들과 자수 회화 및 패치워크 등 20여 점의 신작들이 최초 공개된다. 전시 개막일인 8월 20일에는 오후 6시부터 바이올리니스트가 전시작들과 교감하며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홍영인은 이동과 여정 속에서 자신을 사로잡은 소리들을 지난 7년여간 채집해 왔다. «서투른 작곡가»는 그렇게 모은 소리들을 색과 이미지, 촉감의 코드로 편곡하여 선보이는 자리이다. 동물과 새, 곤충, 강물, 바람, 교회 종성 등의 소리 기록은 작가로 하여금 당시의 기억을 사진보다 더 선명히 떠올리게 했다. 나아가 작가는 음音의 감각에 귀 기울일 때 기존의 지배적인 구조, 즉 언어 및 인간 중심의 체제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서투른 작곡가»의 메인 공간에는 홍영인이 동물의 음성을 포함해 수집한 소리들을 악보로 번역하거나, ‘똬리’와 같이 사라질 상황에 처한 수공예 기법을 작곡의 요소를 빌어 되살리고자 한 작업이 자리한다. ‹소나타: 두루미와 나Sonata: Durumi and I›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짐을 머리에 얹은 작가가 사람 크기의 두루미와 마주하고 있는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는 무리를 지어 다니기에 항상 복수의 소리를 내며, 춤으로 연대를 표하는 새이다. 작가는 이들의 비언어적인 소통에 주목해 그 추상적인 화음과 움직임을 보표 위에 시각화 했다. 이와 같은 멸종 위기 동물에 더불어, 홍영인은 기존의 관심사인 여성 노동자 등 역사적으로 주변화된 주체의 목소리를 3D 악보 또는 악기 조각을 통해 전시장으로 불러 들인다. 실, 로프, 와이어, 직물, 세라믹 등 다양한 재료가 유기적으로 엮인 이 악보·악기 조각은 연주를 통해 재해석되고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는 잠재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한편, 별관에서는 홍영인이 다양한 시점에 제작한 벽면 작업과 소형 조각들이 소개된다. ‹모튼 펠드만을 위한 패턴Patterns for Morton Feldman›은 운율의 구성 수단으로서 색상과 형태를 탐구한 패치워크 시리즈이며, ‹공생의 구성Symbiotic Composition›은 녹음된 소리를 재료와 이미지로 전환시켜 본 초기 평면 악보 시리즈이다. ‹모뉴먼트Monument› 시리즈에서는 동물들의 놀이를 위한 장난감이 기념비적인 형태로 전환되어 관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이 동물 장난감 조각이 미래에 인간 중심적인 도시 공간을 성찰하는 대규모 공공미술이 되는 상상을 한다.
작업의 시작점이 되는 작은 드로잉과 소품에서부터 크고 복잡한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업이 확산되어 가는 낯설지만 따뜻한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정의할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영인은 서울 아트선재센터,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 브리스톨 스파이크 아일랜드, 앤트워프 엑스트라 시티 쿤스트할을 포함,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런던 ICA 극장, 브리스톨 아르놀피니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의 다양한 시공간에서 전개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빈 제체시온, 일본 아트타워 미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세계 유수기관의 그룹전과 광주비엔날레, 밀라노 트리엔날레 등의 국제 미술 행사에 출품되었다. 2019년 홍영인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김세중 조각상, 2003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영국 바스 스파 대학의 전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