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젊어진 바로크

입력 : 2013.03.06 23:27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왼쪽)와‘루브르의 음악가들’. /성남아트센터 제공
5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랑스 바로크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첫 내한 공연. 작곡가 글루크의 '돈 주앙, 혹은 석상의 연회'를 연주하던 제2바이올리니스트는 조용히 바이올린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편으로 걸어갔다.

'부상인가?' 관객들이 염려할 즈음, 이 연주자는 붉은 머리띠를 매고 타악기 주자 곁에서 캐스터네츠를 잡고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희대의 바람둥이 돈 주앙의 흥겨운 연회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여성 주자가 스페인의 카르멘처럼 양손 캐스터네츠로 흥을 돋운 것. 잠시 후 곁에 있던 타악기 주자는 탬버린을 들고 무대 밖으로 퇴장하더니 살짝 문을 열어놓은 무대 뒤편에서 유령이 된 제사장의 노크 소리를 큰 북으로 묘사했다. 무대 전후좌우를 알뜰하게 활용하며 입체감을 살린 이들의 아이디어에 객석에서도 웃음이 번졌다.

첫 내한 공연에서 이들은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바로크 음악은 먼 예전의 음악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마구 흔들었다. 악단의 창설자이자 지휘자인 민코프스키는 글루크의 첫 곡을 지휘하기에 앞서 객석을 돌아보며 불어와 영국식 억양이 섞인 영어로 해설을 곁들였다. "지금 연주하는 글루크의 '돈 주앙'에는 몰리에르의 희곡, 모차르트의 오페라와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지요. 서곡은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제사장의 죽음 장면에서 그는 연극 대사처럼 단호한 표정으로 "그는 곧 죽습니다"라고 말했다. 지휘와 해설을 겸한 그의 맹활약 덕분에 음악회 전반부는 '구연 오페라'로 변했다.

번뜩이는 현악의 질감부터 따뜻하고 정감 있는 바로크 플루트와 오보에까지 이들은 2008년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이후 바로크 연주 단체로는 최강의 합주력을 선보였다.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치듯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이들의 저현(低絃)에는 가볍게 살갗이 일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크 음악을 자유롭게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유쾌 상쾌 통쾌'한 바로크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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