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뜨는 달

입력 : 2013.01.02 23:46

설치작가 임충섭의 '월인천지'

임충섭의 2012년작‘월인천지’세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늘의 달만 달인가. 땅에도 달이 뜬다. 재미(在美) 설치작가 임충섭(72)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층 2전시실 바닥에 달이 차고 지는 모습이 담긴 45분짜리 영상을 투사(投射)했다. 가로 2m, 세로 1.5m 화면에 가득 찬 요요한 달빛. 그 위로 무명실에 매달린 자그마한 정자(亭子)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유영(游泳)하듯 달을 스치는 이 정자는 창덕궁 소요정(逍遙亭) 축소 모형이다. 작품 제목은 '월인천지(月印千地)'. 무명실 3000야드(2.7㎞)가 연결된 거대한 베틀 모양 설치물이 달 영상을 둘러싼다.

내달 24일까지 회고전 '임충섭:달, 그리고 월인천지'를 여는 작가는 "하늘에 뜬 달이 천 개의 강물에 비치면 강에 비친 천 개의 달 역시 달이 아닌가"라는 조선시대 월인천강(月印千江) 논쟁에서 이 작품을 착안했다.

"당시 퇴계 이황은 '강에 비친 달도 달'이라 했고, 고봉 기대승은 '하늘의 달만 달'이라 했죠. 저는 퇴계의 의견에 공감했고 '강물의 달'을 '땅의 달'로 변용했습니다."

미술관 바닥에 뜬 달을 보며 관객은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달을 돌아보게 된다. (02) 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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