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 던져버린 그녀의 활이 다시 춤춘다

입력 : 2012.12.26 23:54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독주회

지난해 3월 일본 나고야 무네츠쿠 콩쿠르에 참가하려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4·사진)씨는 출국 하루 전에 '3·11 일본 대지진' 뉴스를 들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고심 끝에 출전했다.

"나고야에서 열릴 피겨스케이팅 대회도 취소됐고, 콩쿠르를 포기하고 짐을 싸서 돌아가는 학생도 있었어요. 솔직히 불안했지만 간절함도 그만큼 컸어요."

간절함의 대상은 악기였다. 이 대회는 입상자에게 2년간 명기(名器)를 대여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대여해 연주해온 김씨는 콩쿠르 때는 주로 악기점에서 바이올린을 빌려서 참가했다. 1주일 뒤, 169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그에게 돌아갔다. 우승이었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제공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제공

그는 다섯 살 때 오빠를 따라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원학교 2학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수학 중. 2년간 5차례 콩쿠르 입상에 참가하면서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스승(바이올리니스트 미리엄 프리드)의 권유로 양로원에서 연주하고, 장애나 병마와 싸우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울함을 달랬다. 지난 10월 독일 하노버 콩쿠르에서는 공동 1위에 올랐다. 당시 하노버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음악적으로나 기교면에서 모두 성숙한 독주자"라고 평했다.

현재 그가 붙잡은 화두는 베토벤. 다음 달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작곡가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연주하고, 내년 2월 KBS 교향악단과도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 김씨는 "베토벤과 맞닥뜨릴 때마다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는 근성이 생긴다"고 했다.

▷김다미 바이올린 독주회, 1월 17일 금호아트홀,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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