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4 23:00
홍익대 출신 작가 30명, 옛 홍대부속초교 건물서 '프로젝트 72-1'展
커튼·뜀틀·사물함 등 이용 쇠락한 빈 교실, 예술로 채워… 소문 타고 찾는 관객도 늘어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번지, 홍익대학교 캠퍼스 안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 좀 더 넓은 땅을 찾아 이 초등학교는 지난 8월 성산동으로 옮겨갔고, 학교 건물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덩그러니 남았다. 건물을 철거할지, 말지 재단 측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 홍익대 예술학과 정연심(43) 교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저 건물에서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게 하면 어떨까요?" 홍익대 미대 출신 작가 30명이 '학교의 재해석'을 모토로 삼은 이 전시 '프로젝트 72-1: 실험실로서의 학교'에 동참했다.
◇유령 같은 廢校에 생기를
햇살 잘 드는 2층 6학년 2반 교실. '반짝 반짝 작은 별' '스와니강' 같은 소품곡을 서툴게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 아이들의 천진한 재잘거림, 웃음소리, 발소리 등이 27평(89㎡)짜리 교실을 시끌벅적하게 채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다. 다만 연두색 실 수천 가닥이 교실 중심 허공에서 천장과 벽면을 향해 거미줄처럼 뻗어 있을 뿐이다. 설치미술가 이형우(57)·조용준(33) 팀은 아이들이 떠나간 학교에서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이들은 성산동으로 이전한 새 홍익대부속초등학교에서 사흘간 아이들의 '소리'를 채집해 유령처럼 쇠락한 빈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연두색 '거미줄'은 이 교실을 거쳐 간 아이들의 기억과 관객의 기억이 중첩됨을 상징한다.
◇유령 같은 廢校에 생기를
햇살 잘 드는 2층 6학년 2반 교실. '반짝 반짝 작은 별' '스와니강' 같은 소품곡을 서툴게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 아이들의 천진한 재잘거림, 웃음소리, 발소리 등이 27평(89㎡)짜리 교실을 시끌벅적하게 채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다. 다만 연두색 실 수천 가닥이 교실 중심 허공에서 천장과 벽면을 향해 거미줄처럼 뻗어 있을 뿐이다. 설치미술가 이형우(57)·조용준(33) 팀은 아이들이 떠나간 학교에서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이들은 성산동으로 이전한 새 홍익대부속초등학교에서 사흘간 아이들의 '소리'를 채집해 유령처럼 쇠락한 빈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연두색 '거미줄'은 이 교실을 거쳐 간 아이들의 기억과 관객의 기억이 중첩됨을 상징한다.

'식물이 자라기 위한 온도를 유지 중입니다. 관람 시 문을 꼭 닫아주세요.' 4층 4학년 3반 교실 문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박천욱(29)은 이런 생각을 했다. 교실에서 학생 대신 식물이 자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는 빨강, 노랑, 파랑 페인트로 교실 창문, 바닥, 천장, 벽, 형광등 전구까지 몽땅 칠해버렸다. 몬드리안 작품처럼 변해버린 교실 천장에 매달린 화분에선 열대식물 알로카시아가 자란다.
◇커튼·사물함·뜀틀, 예술이 되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작가들은 학교의 자재와 소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패션디자이너 최철용(40)은 3층 창문에 드리워진 흰색 커튼을 몽땅 걷어내 그 커튼으로 미술실 바닥, 벽, 책걸상을 모조리 덮고 쌌다. '규격화'된 교실은 흰색으로 표백되면서 더욱 경직됐다. 그는 이 공간에서 획일화된 국내 미술교육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6학년 3반 교실을 전시장으로 삼은 김동희(26)의 관심사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공간의 변주'. 그는 아이들 사물함을 이어 붙여 널찍한 단(壇)을 만들고, 폐가구 합판을 벽과 천장에 붙여 공간을 완벽하게 리모델링했다. 단 위엔 의자 대신 뜀틀을 놓고, 거기서 매주 세미나를 연다. '받으면 샘이 나는 지원금 받기 세미나' '빌린 공구를 빌려서 배우는 공구 세미나' 등 제목도 독특하다. 4층 급식실에선 홍범(42)이 학교 창문을 떼어내 천장에 매단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커튼·사물함·뜀틀, 예술이 되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작가들은 학교의 자재와 소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패션디자이너 최철용(40)은 3층 창문에 드리워진 흰색 커튼을 몽땅 걷어내 그 커튼으로 미술실 바닥, 벽, 책걸상을 모조리 덮고 쌌다. '규격화'된 교실은 흰색으로 표백되면서 더욱 경직됐다. 그는 이 공간에서 획일화된 국내 미술교육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6학년 3반 교실을 전시장으로 삼은 김동희(26)의 관심사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공간의 변주'. 그는 아이들 사물함을 이어 붙여 널찍한 단(壇)을 만들고, 폐가구 합판을 벽과 천장에 붙여 공간을 완벽하게 리모델링했다. 단 위엔 의자 대신 뜀틀을 놓고, 거기서 매주 세미나를 연다. '받으면 샘이 나는 지원금 받기 세미나' '빌린 공구를 빌려서 배우는 공구 세미나' 등 제목도 독특하다. 4층 급식실에선 홍범(42)이 학교 창문을 떼어내 천장에 매단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조용히 관객몰이한 추억의 힘
이번 프로젝트 최고령 참여자는 사진가 배병우(62). 3층 5학년 3반 교실에 가로 4m, 세로 2m짜리 흑백 작품 '여수' 두 점이 놓였다. 교실 벽에 기대놓은 작품 앞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관객들이 한참을 앉아 아스라한 섬 풍경을 바라보다 간다.
전시는 10일 개막했지만, 요란하게 홍보할 여력이 없어 SNS에 전시 소식을 올리는 데 그쳤다. 소문을 타고 관객이 늘어난 건 학교에 대한 양가적 감정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과 지긋지긋함. 정연심 교수는 "날씨가 추울 땐 하루 100여명, 많으면 500여명까지 전시장을 찾는다"고 했다. 직장인 관람객을 위해 폐관 시각을 오후 5시에서 8시까지로 늦췄고, 전시 기간도 12월 말에서 1월 5일까지로 연장했다. 오전 11시부터 개관. 일요일, 성탄절, 1월 1일 휴관. 관람료는 없다. (02) 320-1227
이번 프로젝트 최고령 참여자는 사진가 배병우(62). 3층 5학년 3반 교실에 가로 4m, 세로 2m짜리 흑백 작품 '여수' 두 점이 놓였다. 교실 벽에 기대놓은 작품 앞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관객들이 한참을 앉아 아스라한 섬 풍경을 바라보다 간다.
전시는 10일 개막했지만, 요란하게 홍보할 여력이 없어 SNS에 전시 소식을 올리는 데 그쳤다. 소문을 타고 관객이 늘어난 건 학교에 대한 양가적 감정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과 지긋지긋함. 정연심 교수는 "날씨가 추울 땐 하루 100여명, 많으면 500여명까지 전시장을 찾는다"고 했다. 직장인 관람객을 위해 폐관 시각을 오후 5시에서 8시까지로 늦췄고, 전시 기간도 12월 말에서 1월 5일까지로 연장했다. 오전 11시부터 개관. 일요일, 성탄절, 1월 1일 휴관. 관람료는 없다. (02) 3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