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재적? 평가는 5년 뒤에나 하라"

입력 : 2012.08.08 23:08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2년예술감독 홍승엽을 만나다
전속 무용수 없이 오디션 표값 2만원 이하로 낮추니 평균 객석 점유율 90% 넘어
"일반 관객 위한 작품 만든다"

2010년 8월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이 창단되자 무용계에서는 "숙원이 실현됐다"며 반색했다. 창단 후 2년간 홍승엽(50)의 국립현대무용단은 실험의 연속이었다. 전속 무용수 없이 프로젝트별로 무용수를 뽑고, 표값은 2만원 이하로 낮춘 파격적인 행보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1월 창단 공연 '블랙박스'는 개막 전 매진돼 1회 공연을 추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공연은 5차례. 올해도 지난 6월 신작 '호시탐탐'에 이어 내달 8~9일 국내 안무가 초청 공연(전미숙·정의숙) 등 5차례 공연이 올라간다.

관객의 호응도 대단하다. 초대권도 거의 없이 평균 객석 점유율 90.7%(지방 공연 제외)를 유지할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예술감독이 독재적"이라는 비판도 공존하는 '논쟁적 인물'이 홍승엽 감독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경희대 공대를 다니다 뒤늦게 무용을 시작해 2년 만인 1984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받으며 스타로 떠오른 무용가. 1993년 국내 최초의 민간 전문 무용단인 댄스시어터온을 만들었던 그는 2004년 "심사위원 대부분이 공연을 보지 않고 비디오로 심사했다"며 한국문예진흥원의 '올해의 예술상'을 거부해 '무용계 독립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9일로 창단 2주년을 맞는 홍승엽 예술감독을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평균 객석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첫 공연 때부터 작품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반 관객도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어온 것이 주효했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무용수들의 기량이 탁월한 것도 도움이 됐다."

창단 2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무용단의 홍승엽 예술감독은“현대무용의 미래는 일반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창단 2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무용단의 홍승엽 예술감독은“현대무용의 미래는 일반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일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화적 코드를 배제하고 순수예술이 줄 수 있는 상상력의 여지를 남길 수 있도록 안무한다. 다른 장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현대무용만의 매력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표값을 전석 2만원 이하로 매겨 관객 호응도가 높다.

"국립 예술 단체는 계층을 나누지 않아야 한다. 돈이 더 많아서가 아니라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표값은 유지할 것이다."

―상주 단원이 없어 안정적 작품 개발이 어렵고, 신분이 불안해 일류 무용수가 오디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프로젝트 단원제가 이상적인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상근 단원제가 되면 고인 물처럼 썩기 쉽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창작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현대무용은 구조적인 것에서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5년은 지나야 장단점에 대한 진단과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일부 평론가는 "창단 이후 신작 '수상한 파라다이스'와 '호시탐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두 작품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일반 관객이 매우 좋아했다는 게 중요하다. 객석 점유율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작년 프랑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 초청 공연은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였다. 11월에도 해외 안무가 초청 공연이 있는데, 어떤 점을 보완하려 하나?

"해외 안무가 초청은 우리 무용수가 세계적인 방식을 경험하고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버릴 기회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내용은 창작자 양심에 맡겨야 한다. 안무가에 대한 신뢰가 기본이 돼야 창작이 나올 수 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존대로 해나가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