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 확대해서… 충격

입력 : 2012.07.14 03:22   |   수정 : 2012.07.14 10:58

내년 국내 라이선스 공연, 뮤지컬 '고스트' 미리보기
단순한 가사와 멜로디… 영화 '사랑과 영혼'의 슬프고 애틋한 이야기… 절절한 구현에는 실패

뮤지컬 ‘고스트’는 화려한 영상으로 2시간 내내 시각적 포만감을 안겨준다. /블룸버그
20년 전 이 영화 때문에 대한민국 문화센터마다 도자기 수강생이 몰리고, 온 동네 골목마다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왔다. '오, 마이 러브, 마이 달링'으로 시작하는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노래를 각인시킨 영화 '사랑과 영혼'(Ghost·1991)은 '타이타닉'(1998)에 의해 침몰당하기 전까지 한국 영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놓지 않았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고스트'는 내년 국내 라이선스 공연이 최근 확정됐다. 웨스트엔드 초연을 거쳐 4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46번가 룬트 폰테인 극장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미리 살펴봤다.

◇압도적인 영상…눈은 호강한다

'고스트'는 눈을 위한 뮤지컬이다.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하고 빼어나다. 믿었던 친구에게 돈 때문에 살해당한 남자 샘이 사랑하는 여인 몰리를 지켜주기 위해 영혼(ghost·고스트)이 돼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영화 속 장면을 현란한 조명과 LED 스크린을 이용해 거대하게 펼쳐보인다.

시작부터 눈을 호강시켜주겠다고 작정하고 들어간다. 샘과 몰리의 다정한 셀카 사진 수백장으로 뒤덮인 스크린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두 연인이 상반신을 노출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무대 상하좌우 전체를 뒤덮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확대해서 보여준다.

유령이 된 샘의 몸이 문을 통과하는 듯 보이는 특수효과 장면도 약 20초 나온다. 영화 '매트릭스'와 똑같이 붉은 숫자가 쏟아지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검은 우산이 비처럼 내리는 장면도 있다. 맨해튼 고층빌딩, 레스토랑과 지하철, 브루클린 아파트 등 실사를 활용한 뉴욕 풍경도 물리도록 볼 수 있다.

◇밋밋한 주인공을 어찌 할고

관객의 눈은 확실히 사로잡겠으나, 마음도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영상은 3차원인데 인물은 2차원에 그쳤다.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어서 애타던 두 연인의 애타는 심정은 단순한 가사와 평범한 곡조에 묻혀버렸다. 관객이 '고스트'에서 원하는 것은 뻔하지만 슬프고 눈물 나는 사랑이야기다. 고스트 제작진은 이야기의 진부함을 영상의 신선함으로 극복하려 했으나, 그 진부함을 제대로 잘 살리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2시간30분 후 극장을 나설 때는 길고 화려한 라이브 뮤직비디오 쇼를 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연출가 매튜 와처스가 뮤지컬 '마틸다'를 만들고 나서야 "'고스트'를 만든 죄를 사한다"는 평을 들었던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유명한 물레 돌리기 장면도 시시하다. 영화 초반부 샘이 죽기 전에 둘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재현한 명장면이었으나, 뮤지컬에서는 샘이 죽고 나서 나온다. 몰리는 죽은 샘의 육체를 느끼지 못해 진흙 만지는 데에만 관심을 쏟으니 넣으나 마나 한 장면이 돼 버렸다.

국내 판권을 가진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샘 역을 '뮤지컬 지존' 조승우에게 제안한 상태. 애절한 사랑을 전할 연기력이 필수이니만큼, 조승우의 캐스팅 여부가 작품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