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 넘는, 연기의 힘

입력 : 2012.07.08 23:38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춤 반, 연기 반'. 20세기 대표적인 발레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사 없는 한 편의 영화였다. 3막 1장 '줄리엣의 침실' 장면. 밤을 함께 보내고 새벽이 되어 떠나려는 로미오의 망토를 헤치고 품으로 뛰어든 줄리엣은 양팔을 위로 하고 한 발로 돌면서도 눈길은 로미오의 눈을 떠나지 않는다. 깃털처럼 가볍게 어깨 위로 날아올라 로미오를 붙잡아 보지만, 입맞춤의 여운을 남기고 그는 떠난다. 영화와 연극 등 수많은 작품에서 만났던 장면임에도 맥밀란의 안무는 애절함으로 가슴을 붙들었다.

7일 개막한 발레‘로미오와 줄리엣’(안무 케네스 맥밀란) 중 두 사람이 비밀 결혼을 올리는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7일 개막한 발레‘로미오와 줄리엣’(안무 케네스 맥밀란) 중 두 사람이 비밀 결혼을 올리는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7일부터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국내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올린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785년 무용으로 탄생한 발레의 고전이다. 1938년 프로코피예프의 3막 발레곡이 만들어진 후에 극적 구성을 갖춘 드라마 발레로 다시 태어났다. 강수진이 출연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존 크랑코 버전이 우리에게는 더 친숙하지만, 1965년 초연한 맥밀란 버전은 프로코피예프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률을 잘 살리고, 줄리엣의 고집스러움과 열정적 순수함 등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 대표적인 안무작으로 꼽힌다. 특히 실감 나는 연기가 강점. 정략결혼은 싫다며 떼쓰는 줄리엣, 약에 취한 줄리엣을 죽은 줄로만 알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안타까워하는 로미오를 춤 동작보다는 연기의 힘으로 절절하게 전달한다.

1983년 영국 로열발레단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후 30년 만에 국내 발레단의 공연으로 만난 맥밀란의 안무는 무엇보다 품격 높은 무대가 압도적이다. 영국 버밍엄 로열발레단으로부터 공수해온 의상과 무대는 복사나 복제가 불가능한 전통과 역사를 느끼게 했다.

7일 개막 무대를 연 김나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다소 경직돼 있었다. 김나은은 상큼 발랄한 1막에 비해 3막에서 성숙함이 부족했다. 노보셀로프가 남성적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점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드라마를 전달하는 힘이 달렸다. 오히려 머큐쇼 역의 정위가 객석까지 강하게 전달될 만큼의 풍부한 감성 연기를 보여줬다. 2막 베로나 광장 장면은 흥겨움과 잔인함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만돌린 춤'은 남성 군무의 화려함을 장식했고, 티볼트로 분한 진헌재는 냉정함과 비열함으로 무장한 강한 캐릭터를 구사했다.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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