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부터
내년 개막 공연 오페라 '파르지팔'
내년 개관 25주년을 맞는 예술의전당(사장 모철민)이 시즌제를 부활시킨다.
시즌제는 음악회와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 공연을 집중 편성하고 관객에게 사전(事前) 공지해서 공연을 미리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 등 세계 유수 공연장들은 대부분 시즌제로 운영된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2003년 시즌제를 도입했지만, 기획 공연이 부족해 중단됐다. 내년 10월부터 10년 만에 제도가 부활되는 것이다.
시즌제 부활을 통해 예술의전당이 노리는 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다. 모철민 사장은 "공연장을 문 열고 닫는 데만 만족해서는 수익성은 올려도, 공공성과 예술성이라는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민간에서는 엄두 내기 힘든 작품도 과감하게 무대에 올려야 한다. 그러겠다"고 말했다.
시즌제에는 '돈'이 든다는 게 걱정거리다. 작년 예술의전당 예산은 580억원이었지만, 국고 보조는 24.9%(144억원). 75%는 예술의전당이 알아서 채워 넣었다. 시즌제로 자체 기획이 늘어나면 약 44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모 사장은 "필요한 경우 은행에서 차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10월 시즌 개막 공연은 오페라 '파르지팔'. 내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바그너(1813~1883)의 마지막 오페라로 국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국내 초연한다. 내년 10월에는 또 '음악 축제 주간'을 마련, 베르디와 바그너의 주요 오페라를 무대와 연출 없이 콘서트나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총 6회에 걸쳐 공연한다. 바흐·베토벤·브람스의 실내악을 주제로 '3B 실내악 시리즈'도 시작한다. 서재형·오경택 등 국내 연극 연출가의 작품을 조명하는 '연출가 열전'(가칭), 극작가 입센의 작품을 잇달아 올리는 '입센 시리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