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 런던 로열하우스 다음 시즌 197회 142회 예고
우리 성남아트센터는 '0편'… 제작예산 없이 건물만 지어

반면 한국의 오페라 극장에는 정작 오페라가 없다. 예술의전당과 고양아람누리, 성남아트센터 등 대표적 오페라 극장 3곳의 올해 오페라 공연 횟수를 조사한 결과, 한 해 평균 22회로 세계 3개 극장(평균 171회)의 12% 수준에 머물렀다.
민간 오페라단과 대학 오페라단이 선호하는 예술의전당만이 17편(61회)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을 뿐,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올해 한 편의 오페라와 발레도 올리지 않는다. 고양아람누리도 오는 10월 자체 제작하는 '피가로의 결혼' 1편뿐이다. 최대 69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들여서 오페라 극장을 짓고도 정작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국경없는 경쟁 펼치는 세계 오페라
인터넷과 동영상(DVD)의 확산으로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국경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오페라 극장 명성이 아니라 '작품성'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관객 눈길을 잡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이 교차하는 내년도 마찬가지. 메트는 바그너의 '파르지팔'과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리골레토' 등 오페라 27편을 197회에 걸쳐 공연한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오페라 22편(142회), 바스티유 극장과 가르니에 극장을 통합 운영하는 파리 국립 오페라는 18편(176회)을 각각 무대에 올린다. 메트와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현대음악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와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 해리슨 버트위슬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등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제자리걸음인 한국 오페라 극장
반면 한국의 오페라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극장을 지어놓고도 정작 무대에 올릴 작품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뮤지컬(104회)이 전체 공연 횟수의 83%에 이르지만, 오페라 전막(全幕) 공연이 한 편도 없다.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은 오페라와 무용을 합쳐도 9회(18%)에 불과한 반면, 대중 콘서트와 뮤지컬, 마술 쇼는 34회(68%)에 이른다. 차라리 '오페라 하우스'보다는 '뮤지컬 극장'으로 개명하는 편이 낫다는 자조적인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민간·대학 오페라단의 공연들로 매년 2차례 페스티벌을 여는 예술의전당은 올해 오페라 17편(61회)을 무대에 올린다.
◇"제작 능력 감안 없는 건축이 문제"
전문가들은 오페라 제작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극장 건물부터 짓는 풍토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페라 해설가 박종호씨는 "학교 건물만 좋다고 곧바로 명문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오페라 하우스의 핵심도 극장 건물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능력"이라고 말했다.
세계 오페라 극장의 1%에도 못 미치는 공연 제작 예산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뉴욕 메트의 한 시즌 제작 예산은 2245억원. 반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기획 사업비는 1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거꾸로 민간과 대학 오페라단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다. 실제 올해 예술의전당 오페라 공연 가운데 민간 오페라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국공립 단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콘텐츠 제작업체'에 해당하는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이 재단법인으로 각각 독립하고, '하드웨어'인 예술의전당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되어 있어 통합 제작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조직이 아니라 작품 제작을 최우선에 놓고 인력이나 예산 배정과 연계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일자 A23면 '오페라 없는, 한국 오페라 극장' 기사 가운데 "성남아트센터는 오페라와 발레 전막 공연이 한 편도 없다"를 "오페라 전막 공연이 한 편도 없다"로 바로잡습니다. 발레는 오는 10월 '백조의 호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