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은 성신여대 교수 관람기]
"내게 감명줬던 인디아나 존스… 딸에게도 그 느낌 주고 싶다"

딸은 인물에 관심이 많은 나이라 그런지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오뚝한 콧날, 뚜렷한 입술선, 그리고 길게 꼬리가 그려진 눈매. "아, 잘생겼다. 이렇게 젊고 하늘 같은 권력을 가졌던 왕이 왜 그리 빨리 죽었을까요?" 딸이 묻는다. 투탕카멘을 열아홉 나이에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다리 골절로 생긴 염증일 것으로 추정된다. "투탕카멘은 죽었지만, 결코 죽지 않았지.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으니까."
딸은 내 말을 확인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신은 미라로 보존되어 있고, 필요한 가구와 물건들, 심지어는 도시락 통까지 전부 준비되어 있다. 그중에서 딸은 앞이 뾰족하게 치솟아 올라간 곤돌라 보트에 관심을 두더니 이렇게 말한다. "죽은 영혼은 강을 건너갔다 오나 봐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죽은 자는 강을 건너가던데." "그렇구나.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스틱스(Styx) 강은 한번 건너가면 결코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잖니."
고대 이집트의 무덤 속 유물들은 파라오가 돌아왔을 때에 대비해서, 그러니까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물을 발견하는 일에는 성스러운 위엄마저 느껴진다.
전시장에서는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1874~1939)가 무덤을 발견할 당시를 재현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전시 전체의 스토리를 이끌고 간다. 투탕카멘 무덤이 그곳에 파묻혀 있으리라는 그의 고집스러운 신념, 결코 포기하지 않던 길고 고통스러운 인내 끝에 드디어 무언가 드러날 조짐이 보인다. 두근두근, 무엇이 나타날까?
마침내 무덤 내부를 볼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카터는 우선 구멍을 만들고, 유독 가스가 나오는지 확인하려고 촛불을 넣어본 후, 지극히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점차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하나하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물처럼 생긴 형상들, 그리고 사방에서 번쩍거리는 황금…. 조수가 궁금함을 못 이기고 외쳤다. "박사님, 뭐가 보입니까?"
"아, 정말 놀라운 것들!(Yes, wonderful things)." 말문을 열지 못하던 카터의 입에서 간신히 흘러나온 희열의 대답이었다. 고고학자 눈을 통해 구멍 속 들여다보기에서 출발한 전시는 곧이어 좁은 통로를 지나,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고, 겹겹으로 잠긴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것으로 끝이 난다. 1922년 투탕카멘과 만난 첫 감동의 순간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멋진 전시였다. 어쩌면 인디아나 존스에 이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르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5월 13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30분(월 휴관), www.tut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