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전시 대성황 "이 작품 하나 보려고 1시간30분 줄서 기다려"

한 시간째 줄을 서고 있었던 유경미(32·회사원)씨는 "간송미술관 관람은 올해 처음인데 웹서핑을 하다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미인도를 보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1시간20분째 줄을 서고 있다는 김혜영(37·출판편집자)씨는 "간송미술관 관람이 세 번째인데 이렇게 줄이 긴 것은 처음 본다. '미인도'가 나온다고 해서 줄을 서서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 영화 '미인도'(2008)가 인기를 끈 이후 다양한 서적이 출판되며 문화계에는 '신윤복 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미인도'와 풍속화가 나온 2008년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에도 관람객은 무려 7만여명이었다. 16일 개막한 이번 전시 역시 일주일 만에 3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이번 전시에도 '미인도'를 비롯해 '월하정인(月下情人)' '연소답청(年少踏靑)' 등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실린 신윤복의 대표작 16점이 나왔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신윤복 그림이 전시된 영향이 크다. 혜원 그림은 색채가 아름답고 조선 후기 풍류객들의 놀이 등 감각적인 소재를 많이 그려 대중문화적 요소가 많다. 젊은이들이 혜원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미인도'의 인기는 높았다. 인천에서 온 정석순(42·회사원)씨는 "'미인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두 아들까지 데리고 왔다. 실물을 본 것은 처음인데 그림이 정말 훌륭하다"고 말했다. 박미옥(47·독서지도사)씨는 "2008년에도 '미인도'때문에 세 번이나 전시를 보러 왔는데 이번에도 나온다고 해서 또 왔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볼 때의 '감동'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송미술관 전시는 물론 '고미술' 전시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 13일 개막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朝鮮畵員大展)'에는 23일까지 6000여명의 관객이 들었다. 리움의 현대미술기획전에 보통 하루 평균 300여명이 드는 데 반해 이번 전시엔 하루 평균 500여명의 관객이 들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19세기 후반 고종의 행차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와 조선 후기 화가 이인문(李寅文·1745∼1821)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앞. 이 그림들은 각각 가로 996㎝ 세로 31㎝, 가로 856㎝ 세로 44.1㎝로 길이가 길고 폭이 좁아 맨눈으로는 자세히 보기 힘들지만 이번 전시에선 갤럭시탭과 고해상도 모니터를 동원해 세부를 확대해볼 수 있도록 했다. 박민선 삼성미술관 리움 홍보팀장은 "'고미술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관객 참여형으로 전시 연출을 한 덕에 일반 현대미술기획전보다 오히려 관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초상화의 비밀'에도 22일까지 4주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김울림 학예연구관은 "간송과 리움이 동시에 전시를 열어서 관객을 빼앗길까 봐 긴장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