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28 23:47
'설악의 화가' 김종학 회고전
울긋불긋한 단풍이 행락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설악산의 가을을 보며 화가 김종학(74)은 바스러진 꽃대, 시들어버린 잎사귀, 바싹 말라붙은 나뭇가지 등 죽어가는 것을 떠올린다. 김종학이 아끼는 작품 '가을'(1992)은 이울어 가는 가을 꽃과 풀에서 묻어나는 꺼져가는 생명의 슬픔을 그려냈다. "10~11월의 설악에는 죽어가는 꽃들이 많지요. 사람들은 대개 꽃 피고 화창한 날을 좋아하지만 내 눈에는 저물어가는 가을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설악의 화가' 김종학 회고전이 2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본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70여점. 초기 작품인 1950~1960년대의 추상부터 구상으로 돌아간 1970년대 말 이후의 작품, 1980년대의 인물 수채화 등 김종학의 50여년 화업이 한눈에 보인다.
'설악의 화가' 김종학 회고전이 2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본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70여점. 초기 작품인 1950~1960년대의 추상부터 구상으로 돌아간 1970년대 말 이후의 작품, 1980년대의 인물 수채화 등 김종학의 50여년 화업이 한눈에 보인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설악의 사계(四季) 그림을 계절별로 10여점씩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 튜브에 든 분홍과 흰색 물감을 캔버스에 바로 짜내 절정을 이룬 꽃송이를 표현한 '복사꽃과 새'(2003)에는 화사한 봄기운이 물씬 묻어난다. 각종 들꽃과 녹음이 무성한 여름 숲 속에 가슴을 드러낸 채 누워 있는 여인을 그려 원시적인 생명력을 뿜어낸 'N0.7-파라다이스'(2006)는 가로 540cm, 세로 150cm의 대작이다. 원기 왕성한 여름 풍경은 그의 설악 사계 중 가장 잘 '팔린다'. 김종학은 "개인전을 할 때는 네 계절의 가격이 모두 비슷했는데 옥션이 생기고 나자 사람들이 '여름'에만 몰리더라"고 했다.
화려하고 활기찬 봄·여름에 비해 설악의 가을·겨울은 고요하고 스산하며 황량하다. 흰 눈밭에 외로이 선 소나무를 그린 '고송(古松)'(2001 ~2002)은 추사(秋史) 김정희의 '세한도'를 연상시킨다. 김종학은 "소나무를 잘 그렸던 능호(凌壺) 이인상이나 추사 등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에서 구도를 빌려 왔다"고 말했다.
김종학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미술대와 미국 뉴욕 프랫대에서 수학했다. 초기엔 당시 화단의 유행이었던 추상 작업에 몰두하다가 1979년 이혼의 아픔을 안고 돌연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삶에서 도망가 제2의 인생을 만났다. 김종학은 "입산한 해 가을·겨울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봄이 되어 야생화가 피어나는 걸 보고 비로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추상화를 할 때 '이발소 그림 같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꽃 그림들이 인기를 끈 덕에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6월 26일까지. (02)2188-6000
화려하고 활기찬 봄·여름에 비해 설악의 가을·겨울은 고요하고 스산하며 황량하다. 흰 눈밭에 외로이 선 소나무를 그린 '고송(古松)'(2001 ~2002)은 추사(秋史) 김정희의 '세한도'를 연상시킨다. 김종학은 "소나무를 잘 그렸던 능호(凌壺) 이인상이나 추사 등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에서 구도를 빌려 왔다"고 말했다.
김종학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미술대와 미국 뉴욕 프랫대에서 수학했다. 초기엔 당시 화단의 유행이었던 추상 작업에 몰두하다가 1979년 이혼의 아픔을 안고 돌연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삶에서 도망가 제2의 인생을 만났다. 김종학은 "입산한 해 가을·겨울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봄이 되어 야생화가 피어나는 걸 보고 비로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추상화를 할 때 '이발소 그림 같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꽃 그림들이 인기를 끈 덕에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6월 26일까지.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