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3년 만에… 혜초 '왕오천축국전' 고국에 왔다

입력 : 2010.12.22 03:06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

신라 고승 혜초(慧超·704~787)의 넋이 담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내년 4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 전시되는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간쑤(甘肅)·닝샤(寧夏) 등 3개 성(省) 10여개 박물관의 실크로드 관련 유물 220여점을 선보인다.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전시되는 혜초의‘왕오천축국전’. 실물이 한국에 온 것도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전시되는 혜초의‘왕오천축국전’. 실물이 한국에 온 것도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무엇보다 오래 눈길이 머무는 유물은 당연히 두루마리 형태의 '왕오천축국전' 실물이다. '다섯 천축국을 여행한 기록'이라는 뜻의 이 책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여행기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여행기 중 하나로 꼽힌다. 8세기 인도·중앙아시아의 정치·문화·경제·풍습 등을 알려주는 유일한 기록으로 가치가 높다. 소장기관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요구에 따라 원본은 60㎝만 펼쳐놨고, 대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복제본을 펼쳐 전시했다.

혜초가 727년 작성한 '왕오천축국전'은 1900년 중국 둔황의 막고굴(莫高窟)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곳에 머물던 왕원록이라는 도사(道士)가 수많은 고문서가 3m 넘는 높이로 쌓여 있는 석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8년 뒤 둔황에 도착한 프랑스 동양학자 폴 펠리오는 3주 동안 석실 안에서 문서를 검토한 후 중요문서 6000여 점을 선별해 헐값인 500냥에 사들였고, '왕오천축국전'도 이때 프랑스로 건너갔다.

1969년 중국 간쑤성에서 출토된‘청동마차행렬’로, 한나라 시대의 의장 대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69년 중국 간쑤성에서 출토된‘청동마차행렬’로, 한나라 시대의 의장 대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서문명 교류의 젖줄인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이번 전시의 부제는 '혜초와 함께하는 서역(西域) 기행'이다. 전시장은 8세기 혜초가 여행했던 길을 따라 파미르 고원 동쪽의 실크로드를 밟아가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비단은 서쪽으로, 불교는 동쪽으로 흘러갔던 실크로드의 삶과 문화가 전시된 유물들을 통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흉노 등 유목민 사이에 유행했던 매머리 장식과 중국 닝샤에서 발견된 동로마 금화(金貨)는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을 보여준다.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석굴 모형도 그대로 재현해 막고굴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신장자치구 카라샤르에서 출토된 황금 허리띠 잠금장치는 평양의 낙랑유적 출토품과 비슷해 흥미롭고, 간쑤성에서 출토된 한나라 시대의 청동마차 행렬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료 성인 1만원 등. 1666-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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