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17 11:05

연말 연시는 뮤지컬 시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성수기. 12월이 가까워오면서 대형 뮤지컬들이 속속 무대에 오른다.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 그동안 큰 재미를 못 본 제작사들이 앞다퉈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작 기근이라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 대개 리바이벌작들이다. 하지만 검증을 마친 뮤지컬들이라 신뢰도에서는 점수를 더 얻는다. 연말 뮤지컬 흥행 싸움의 포인트를 짚어본다.

▶'지킬을 잡아라!'

일단 '조승우 복귀 효과'로 기선을 잡은 '지킬 앤 하이드'(30일 샤롯데씨어터)가 예매에서 치고 나섰다. 한발짝 앞서 나간 '지킬'을 다른 작품들이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말 군에서 복귀한 조승우는 명불허전의 '티켓 파워'를 과시하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차 티켓의 조승우 출연분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류정한 홍광호 출연분도 덩달아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조승우 출연료가 공개돼 뮤지컬계가 술렁거렸지만, 흥행 전선에서만큼은 행복 그 자체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 이후 매 공연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지금까지 35만명을 동원했다. 국내에서 특히 사랑받는 이유는 선악의 이중성을 강렬하게 표현한 드라마가 우리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여기에 '원스 어폰어 드림' 과 '디스 이즈 더 모먼트' 노래들이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승우를 비롯해 류정한 홍광호 등이 주인공 지킬에 캐스팅됐고, 2004년 초연의 주역이었던 김소현, 김선영, 소냐 등이 다시 영광 재현에 나선다.
'지킬'에 맞서 다른 제작사들도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킬'로의 표 쏠림 현상이 심해 고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연말에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옥주현 vs 최성희 라이벌 대결
원조 걸그룹 스타에서 뮤지컬 디바로 변신에 성공한 최성희와 옥주현의 라이벌 대결도 다시 점화된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뛰어난 무대 장악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배우는 이번에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맡았다.
최성희는 19일 코엑스 아티움에서 개막하는 '금발이 너무해'에서 과감무쌍 코믹 캐릭터인 주인공 엘 우즈로 변신,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최근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열연을 펼쳤던 최성희는 "올 겨울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에 캐스팅되어 기쁘다"며 "최성희 스타일의 엘 우즈로서 관객 여러분들을 찾아가게 되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3년 '페퍼민트'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 최성희는 '미녀는 괴로워'의 강한별,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를 거쳐 최근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옥주현은 자신의 데뷔작인 '아이다'를 5년 만에 다시 맡아 감회가 새롭다. 당시 용감하게 무대에 도전했던 그녀는 이 작품으로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적국의 장군과 사랑에 빠지는 비련의 공주 아이다, 강한 내면과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다. 최근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는 옥주현이 5년간 성숙시킨 기량을 어떻게 캐릭터에 쏟아부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다'는 다음달 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자존심을 지켜라'
다음달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영웅'은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을 내걸고 화제몰이에 나서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치열한 삶을 형상화한 '영웅'은 지난 10월 열린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세를 몰아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며 좀 더 쉽게 다가가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역사속 인물이 갖고 있는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안중근과의 데이트' 등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고, 이번 공연에서 매회 밤 공연이 끝난 뒤 팬사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연 포스터 역시 은은하면서 부드러운 색상을 살려 무게감을 줄였다.
한편, 신시컴퍼니의 '아이다'는 옥주현을 비롯한 전 출연진이 원캐스트로 출연, 무대예술의 기초에 충실하겠다는 노선을 밝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