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늘 공연배우요? "모두 동네 주민이죠"

입력 : 2010.11.15 03:04   |   수정 : 2010.11.15 14:36

문화예술로 지역민 참여 이끌어낸 염리동 '창조마을 축제'
"이웃들과 부대끼며 준비하니 도심 속 시골情 느낄 수 있어"
관객까지 1000여명 함께 해 이웃돕기 등 부대행사도 풍성

토끼 인형을 끼운 손이 인형극 세트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배우들이 절도있게 손을 흔들자 토끼 인형들도 '생명'을 얻은 듯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지난 13일 오후 마포구립 전문공연장 마포아트센터. 마포구 염리동 주민들이 6개월 가까이 준비한 어린이 인형극 '내 귀는 짝짝이' 공연을 시작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찾은 150여명의 주민들은 인형극 스토리에 푹 빠져든 듯 연방 '까르르' 웃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주민 김민수(41)씨는 "오늘 공연한 배우들이 우리 동네 사람들이란 얘기를 듣고 너무 반가웠는데, 실력이 전문 배우 같아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이날 인형극은 염리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축이 돼 마련한 '염리창조마을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연극 '마포 사는 황부자', 불우이웃돕기 행사 등과 함께 진행됐다. 동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도심 속 시골의 정(情)'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마포구립 전문공연장 마포아트센터에서 염리동 주민들이 연극‘마포 사는 황부자’를 공연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지난 13일 마포구립 전문공연장 마포아트센터에서 염리동 주민들이 연극‘마포 사는 황부자’를 공연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인형극

이날 인형극을 선보인 염리동 주민들은 공연 1주일 전부터 매일 만나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을 만들고 공연 연습을 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지난 9일 오전 11시쯤 염리동 주민센터 지하 1층 음악실. 인형극에 참가하는 주민들이 스티로폼에 하얀 천을 입힌 토끼 인형의 눈을 어떻게 만들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토끼 눈알이 너무 빨갛게 보이네. 눈은 어디 달아야 하나?"(인은식씨·46) "눈을 핑크색으로 하면 이상할까요?"(조영권씨·35)

닥종이 인형작가인 인씨와 지역어린이센터 '공룡발톱' 교장 조씨, 그리고 주부 도명옥(38)·이은정(36)씨, 체험학습강사 서재순(43)씨 등 주민 5명이 인형극 소품을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인형극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봄부터 매주 월요일 염리동 주민센터에 모였다. 조씨는 "인형극에 올릴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어린이 책 수십 권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여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인씨는 "그전에는 서로 얼굴 볼 일도 없고 하는 일도 달랐지만 다 함께 어울리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연극 '마포 사는 황부자'를 준비하던 주민 문상원(43)씨도 "1주일에 하루 이틀은 꼭 동네 주민 20여명과 모여 연극 준비를 했다"며 "이웃끼리 자주 모이다 보니 동네 할머니에게까지 안부 묻고 손 한 번 잡아 드리는 따스한 동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공연을 보러온 동네 주민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연극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갓난아이부터 백발 할아버지까지 동네 주민 480여명이 마포아트센터 공연장에 모였다. 염리동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았다는 주민 최순희(70)씨는 "연극에는 아마추어인 동네 이웃들의 연기지만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문화예술 통해 주민 참여와 관심 끌어내

마포구 염리동의 변신은 지난 2008년 '염리창조마을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문화 예술활동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처음에는 관(官) 주도의 '마을성 회복' 사업이었다. 예전 시골 마을에서 그랬듯 정을 나누며 소통하는 마을을 만들자는 목표다. 하지만 점차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 지금은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해 각종 참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염리창조마을' 축제에서 주민들은 그동안 준비한 인형극 및 연극뿐 아니라 먹을거리 장터와 염리마을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마을 축제 준비를 위해 100명 가까운 주민들이 참여했고 연극·인형극 등 각종 행사 관객까지 100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함께 어울렸다.

더구나 염리동은 올해 국토해양부가 지원하는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마을에 선정돼 1억4000만원(국비 7500만원, 구비 6500만원)을 지원받았고, 주민들이 만드는 축제와 행사는 더 다양해졌다. 주민들은 마을 축제 등을 통해 염리동 관내 사회복지기관이나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불우이웃을 돕는 자리도 만들고,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와 작품 전시회도 열었다.

유희봉 염리동장은 "이번 축제에서도 노래와 춤에 소질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며 "동장과 통장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정감 있는 동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