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데뷔한 뮤지컬 배우 차지연 "노래빼고 하려니 정말 힘들어요"

입력 : 2010.11.10 09:56
◇연극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중인 뮤지컬 배우 차지연.
◇연극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중인 뮤지컬 배우 차지연.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는 게 재밌잖아요. 욕 먹는 건 두렵지 않아요." 배우 차지연(28)은 스스로 '선머슴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말 하는 것도 막힘이 없고, 걸어다니는 품새도 씩씩하다.

지난달 열린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서편제'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녀가 난생 처음 연극에 도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엄마를 부탁해'(연출 심재찬). 신경숙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비중이 크지는 않다. 작은 딸 역.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형제들과 함께 동분서주한다. "이 작품 하면서 반성 많이 했어요. 정말 못된 딸이었거든요. 무뚝뚝하고 아들 같고….(웃음)" '학습 효과' 덕분에 요즘엔 공연 끝나면 꼭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식사하셨냐, 옷 따뜻하게 챙겨 입으셨냐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차지연은 뮤지컬계에서 '미친 가창력'으로 통한다. 출세작은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림걸즈'. 이 작품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에피'를 선배 홍지민과 나눠 맡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워풀한 노래솜씨로 단번에 '싹수 있는 유망주'로 안팎에 눈도장을 찍었다. 여세를 몰아 올해 '선덕여왕' '몬테크리스토' '서편제'에서 잇달아 주역을 꿰찼다. 파죽지세라고나 할까.

상승일로의 그녀지만 연극에서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가장 큰 무기를 집에 두고 싸움터에 나선 셈이다. "노래를 빼고 하려니 솔직히 힘들어요.(웃음) 3분짜리 노래 한곡으로 해결하는게 훨씬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연극 무대에 섰어요. 노래로 표현하던 걸 연기로 다 풀어내자, 그래야 내가 배우로서 한걸음 또 나아간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뮤지컬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다. 덕분에 극 후반부에서 그녀가 어머니에게 마음으로 쓴 편지를 읽을 때면 객석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진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박명성대표에게 "어떤 역할이든 좋으니 연극 한 번 하고 싶다"고 부탁한 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처음엔 카리스마에 압도돼 범접을 못했던 대선배인 어머니 역의 손 숙씨가 "우리 딸이 하는데 어떻게 안 볼 수 있느냐"며 '서편제' 마지막 공연을 찾기도 해 감격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뮤지컬배우'나 '연극배우'란 말보다 그냥 배우라고 불리고 싶다"는 그녀는 "이번 연극을 끝내고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 내가 얼마나 변해있을지 정말 궁금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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