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10 09:56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인 윤호진(에이콤 인터내셔널) 설도윤(설앤컴퍼니) 박명성(신시컴퍼니) 대표의 각기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3인 3색이다. 침체에 빠진 뮤지컬시장, 난국타개의 방식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는 '뚝심'의 제작자다.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스타일이다. 1997년,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명성황후' 미국공연을 성사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윤 대표는 지금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창작뮤지컬계를 평정한 '영웅'을 들고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내년 5월쯤 LA와 뉴욕 링컨센터에서 2주씩 공연하며 미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는 "브로드웨이의 한 제작자로부터 영어 버전이 선보인다면 전 부문 토니상 노미네이트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영웅'은 2013년 일본 공연도 추진중이다. 그는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나오는 신작을 보면 별 내용이 없다. 우리 뮤지컬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 이제는 해볼만하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영웅' 외에도 4,5년 전부터 연극 '보이체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루비 목걸이'를 런던 스태프들과 함께 준비해왔다. 워크샵을 마쳤고, 현재 공연 규모를 놓고 저울질에 한창이다. 30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으로 결정되면 내년 후반 런던에서 런칭이 가능하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역시 내년 초 야심작을 선보인다. 연예기획제작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대표 김광수)와 손잡고 만드는 '천국의 눈물'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이기는 하지만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둔 글로벌 프로젝트다.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고,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 팬과도 친숙한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을 비롯해 윤공주 정상윤 등이 캐스팅됐다.
설 대표는 '뮤지컬은 산업'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시장상황에 대한 치밀한 계산과 판단, 상업예술로서의 뮤지컬이란 개념을 중시한다. 파트너십을 맺어 만드는 '천국의 눈물'은 서울에서 먼저 오픈하고 일본을 거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불도저같은 뚝심에 관한 한 결코 뒤지지 않던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후반부터 뮤지컬 못지않게 연극 제작에 공을 들여왔고, 오는 12월 오픈하는 '아이다'는 옥주현 정선아 김우형 등 전 출연진이 원캐스트(1역 1인)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트렌드를 거스르는게 아니라 연극의 본질을 따르는 것 뿐이다. 화제가 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사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만연해서 그렇지 원캐스트가 기본이다. 박 대표는 "힘들고 어렵지만 연극의 정도를 걷고 싶다. 작품의 질로 승부하고 싶다.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내년에도 연극 '산불'과 창작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미남이시네요'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더이상 라이선스 뮤지컬을 가져오지는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대로,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