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06 03:04
어르신 벽화 봉사동아리 '한마음 공공미술팀'
서울시가 지원한 문화교육프로그램 참여로 공공미술에 관심 갖게 돼
"온종일 서서 그리는 것 힘들지만 그림 보고 기뻐하는 아이들 있어 피로 풀려"
지난 4일 오전 10시 나이 지긋한 어르신 7명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텅 빈 강동구 둔촌2동 사회복지법인 경생원을 찾았다. 경생원은 부모 없는 아이들 50여명이 모여 사는 복지시설이다.
어르신들은 사무실로 들어가는 대신 농구 골대 뒤편의 가로 7m, 세로 1.5m 정도의 흰색 벽 앞에 섰다. 작전회의를 하는가 싶더니 만면에 미소를 띠며 손에 목장갑을 꼈다. 그리고는 한 손엔 페인트가 담긴 종이컵을, 다른 손엔 붓을 들고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형태가 없던 점과 선은 점점 푸른 산과 맑은 물, 활짝 핀 꽃들로 변해갔고, 휑했던 흰색 벽에 기차와 철교가 들어섰다. 기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한 오누이의 정다운 모습도 그려졌다. 바닥에 앉아 신나게 붓을 놀리던 배수용(64)씨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는 '희망'"이라며 "경생원에 사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 우리의 벽화를 보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균 나이 64세 벽화봉사 동아리
이들은 어르신 벽화 봉사동아리인 '한마음 공공미술팀' 회원들이다. 평균 나이 64세인 이 봉사동아리는 지금껏 은퇴자협회, 아동보호시설, 사회복지법인 등 5곳의 벽화를 그렸다.
어르신들은 사무실로 들어가는 대신 농구 골대 뒤편의 가로 7m, 세로 1.5m 정도의 흰색 벽 앞에 섰다. 작전회의를 하는가 싶더니 만면에 미소를 띠며 손에 목장갑을 꼈다. 그리고는 한 손엔 페인트가 담긴 종이컵을, 다른 손엔 붓을 들고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형태가 없던 점과 선은 점점 푸른 산과 맑은 물, 활짝 핀 꽃들로 변해갔고, 휑했던 흰색 벽에 기차와 철교가 들어섰다. 기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한 오누이의 정다운 모습도 그려졌다. 바닥에 앉아 신나게 붓을 놀리던 배수용(64)씨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는 '희망'"이라며 "경생원에 사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 우리의 벽화를 보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균 나이 64세 벽화봉사 동아리
이들은 어르신 벽화 봉사동아리인 '한마음 공공미술팀' 회원들이다. 평균 나이 64세인 이 봉사동아리는 지금껏 은퇴자협회, 아동보호시설, 사회복지법인 등 5곳의 벽화를 그렸다.

주로 대학생이나 전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공미술에 어르신들이 참여하게 된 것은 작년 4월 서울시가 지원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이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 20명은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두 차례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공공미술 수업에 참가했다. 조건행(63) 한마음 공공미술팀 회장은 "어렵사리 배운 것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공공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다. 스케치북이나 캔버스 대신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게 영 낯설었다. "미술이라면서 유화는 왜 안 그리느냐" "미술의 기초인 스케치 과정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많았다. 공공미술 수업을 진행했고 이날 벽화 그리기에도 참여한 김윤주 고도아트 대표는 "처음에는 수업이 끝나면 미술전시회를 여는 줄 알고 있던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업이 계속되면서 태도도 변했다. 김길자(67)씨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graffiti) 연습을 하거나 여러 벽화 활동 현장을 견학하면서 공공미술의 기초를 쌓았다.
한마음 공공미술팀에는 아마추어 미술가도 있지만 대개 교사, 자영업, 회사원 출신이다. IT 서비스 회사의 상무를 지냈던 배수용씨는 "봉급쟁이 생활을 오래하고 이제는 직접 몸을 움직여 봉사하며 살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림 감상을 즐겼던 그는 작년 7월 광진구에 있는 대한은퇴자협회 옥상을 벽화로 수놓은 경험을 잊지 못한다. "쓰레기가 쌓여 있던 옥상의 시꺼먼 벽에 꽃과 풀, 곤충으로 '그림 화단'을 꾸며놓으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오늘 사회복지시설인 경생원에 그린 벽화를 보고 아이들이 우울한 마음을 떨치고 기분전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제작회사를 운영하다 퇴직한 조건행 회장은 "2년 정도 단청에 대해 공부를 했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며 "벽화는 주변 공간의 특성을 포착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이날 경생원 벽에는 꽃밭에 서서 멀리 지나치는 기차에 손을 흔드는 오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찌 보면 촌스럽지만, 정감이 가는 그림이다. 김길자씨는 "젊은 사람들이 그리는 벽화처럼 생동감 넘치거나 재미있는 그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 고도아트 미술팀장은 "어르신들이 대학생 못지않게 벽화 그리기에 대한 학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이 되자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경생원의 아이들이 알록달록하게 변해가는 농구 골대 뒤편 벽으로 몰려들었다. 아이들이 "여기에는잠자리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저기 회색빛이 나는 산은 그냥 초록색으로 해주세요" 등 의견을 내놓자, 어르신들은 미소를 띠며 아이들의 생각을 벽에 펼쳐놓았다.
오후 5시쯤 벽화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어르신들은 미리 마련한 피자와 콜라를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판사가 꿈인 조아름(12·초등학교 5학년)양은 "경생원이 달라 보이고 분위기가 상쾌해졌다"며 "벽에 그려진 산과 물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상쾌하다"고 말했다. 정지명 경생원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벽화를 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이날을 맞아 좋은 선물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벽화를 알록달록 수놓은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그림이 제대로 나올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다행"이라며 흐뭇해했다. 심태현(63)씨는 "온종일 서서 벽화를 그리는 것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있어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공공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다. 스케치북이나 캔버스 대신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게 영 낯설었다. "미술이라면서 유화는 왜 안 그리느냐" "미술의 기초인 스케치 과정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많았다. 공공미술 수업을 진행했고 이날 벽화 그리기에도 참여한 김윤주 고도아트 대표는 "처음에는 수업이 끝나면 미술전시회를 여는 줄 알고 있던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업이 계속되면서 태도도 변했다. 김길자(67)씨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graffiti) 연습을 하거나 여러 벽화 활동 현장을 견학하면서 공공미술의 기초를 쌓았다.
한마음 공공미술팀에는 아마추어 미술가도 있지만 대개 교사, 자영업, 회사원 출신이다. IT 서비스 회사의 상무를 지냈던 배수용씨는 "봉급쟁이 생활을 오래하고 이제는 직접 몸을 움직여 봉사하며 살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림 감상을 즐겼던 그는 작년 7월 광진구에 있는 대한은퇴자협회 옥상을 벽화로 수놓은 경험을 잊지 못한다. "쓰레기가 쌓여 있던 옥상의 시꺼먼 벽에 꽃과 풀, 곤충으로 '그림 화단'을 꾸며놓으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오늘 사회복지시설인 경생원에 그린 벽화를 보고 아이들이 우울한 마음을 떨치고 기분전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제작회사를 운영하다 퇴직한 조건행 회장은 "2년 정도 단청에 대해 공부를 했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며 "벽화는 주변 공간의 특성을 포착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이날 경생원 벽에는 꽃밭에 서서 멀리 지나치는 기차에 손을 흔드는 오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찌 보면 촌스럽지만, 정감이 가는 그림이다. 김길자씨는 "젊은 사람들이 그리는 벽화처럼 생동감 넘치거나 재미있는 그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 고도아트 미술팀장은 "어르신들이 대학생 못지않게 벽화 그리기에 대한 학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이 되자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경생원의 아이들이 알록달록하게 변해가는 농구 골대 뒤편 벽으로 몰려들었다. 아이들이 "여기에는잠자리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저기 회색빛이 나는 산은 그냥 초록색으로 해주세요" 등 의견을 내놓자, 어르신들은 미소를 띠며 아이들의 생각을 벽에 펼쳐놓았다.
오후 5시쯤 벽화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어르신들은 미리 마련한 피자와 콜라를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판사가 꿈인 조아름(12·초등학교 5학년)양은 "경생원이 달라 보이고 분위기가 상쾌해졌다"며 "벽에 그려진 산과 물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상쾌하다"고 말했다. 정지명 경생원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벽화를 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이날을 맞아 좋은 선물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벽화를 알록달록 수놓은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그림이 제대로 나올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다행"이라며 흐뭇해했다. 심태현(63)씨는 "온종일 서서 벽화를 그리는 것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있어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