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위대하다"

입력 : 2009.01.05 03:11

비올리스트 김상진…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전곡 국내 첫 도전

바흐〈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전곡을 비올라로 연주하는 김상진 교수(연세대). /영앤잎섬 제공
비올라(viola)와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는 이름도 엇비슷한 현악기지만, 생김새부터 혈통과 연주법까지 모든 것이 천차만별이다. 바이올린과 같은 '가문'(家門)에 속하는 비올라는 턱에 괴고서 연주하지만,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에 유행했던 비올라 다 감바는 비올(viol) 족(族)에 속하는 악기로 첼로처럼 무릎 사이에 고정시키고 연주한다.

비올리스트 김상진 교수(연세대)가 이 두 악기의 '이종교배(異種交配)'에 나섰다. 작곡가 바흐(Bach)가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해 썼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전곡(3곡)을 비올라를 위해 편곡해서 연주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명(名) 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쉬안(Kashkashian)을 비롯해 시도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서 전곡 연주는 사실상 처음에 가깝다. 8일 서울 서초동 DS 홀이 그 무대다.

"최근 고(古)음악 열풍이 되살아나기 전까지 비올라 다 감바는 일종의 사멸해가는 악기에 가까웠죠. 이 때문에 좋은 곡인데도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작품도 많았어요. 그동안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도 첼로로 자주 연주됐지만, 그렇다면 비올라도 탐낼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내게 됐어요." 김 교수는 "바로크 음악의 정서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 악기가 지닌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립교향악단 비올라 수석과 광주시향 상임 지휘자를 지낸 김용윤 이화여대 전 교수의 아들이다. 그는 "내게 비올라는 언제나 바이올린보다 위대한 악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올린과 비올라, 지휘를 겸비한 아버지 덕분에 아들 김 교수도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를 두루 배웠다. "합창을 해도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소프라노보다는 화음을 이루는 알토가 재미있었고,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할 때에도 실내악에서는 언제나 비올라를 연주했어요." 중·고교 시절에도 학내 그룹 사운드에서 기타·키보드·노래까지 맡았지만 주로 연주한 악기는 역시 베이스 기타였다고 한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피아노 반주는 아내 이상희씨가 맡는다. 지난 1997년 8월 독주자와 반주자로 처음 만난 뒤 음악에서든, 삶에서든 줄곧 호흡을 맞춰왔다. "가장 오랫동안 같이 연주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편안하죠. 반주 비용도 아낄 수 있고(웃음)."


▶김상진 비올라 리사이틀, 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DS홀, (02)72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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