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숙 'Bom'

  • 박민선 에디터

입력 : 2025.05.21 14:05

●전시명: 'Bom'
●기간: 5. 15 ─ 6. 28
●장소: 리안 갤러리 서울(자하문로12길 9)
Eine Wolke(구름 한 점), 2025, Oil on canvas, 200x300cm. /리안 갤러리
Meine Heimat(나의 고향), 2025, Oil on canvas, 195x250cm. /리안 갤러리
 
한국의 온양에서 태어나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작가 윤종숙에게 회화적 평면은 세계의 단면을 어떻게 하나의 프레임에 추상화하여 집약시킬 것인가와 관련된다. 영화가 초당 24개의 프레임으로 약 90분에 이르는 연쇄적 전후관계를 구성하는 것과는 달리, 회화는 오직 하나의 정지된 프레임 안에 수많은 기억과 감각의 층위를 통합시켜 모든 잠재성을 도출하는 일이다. 바로 이 점에서 회화는 추상성 그 자체이며, 관객의 개입 가능성 역시 커진다. 특히 윤종숙의 회화는 과거의 풍경, 뇌리에 떠오른 장면들을 원형적 기억의 형태로 불러낸다. 그것은 분기 전의 기억이자, 감정들이 복잡하게 구체화되기 이전의 배아 상태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거대한 얼룩들이다.
 
'Bom' 전시 전경. /리안 갤러리
'Bom' 전시 전경. /리안 갤러리
'Bom' 전시 전경. /리안 갤러리
 
태양, 구름, 언덕, 호수, 산과 같은 기억의 원형을 담고 있는 이 요소들은 모두 윤종숙의 간결한 붓질과 투명한 색채를 통해 마치 살아있는 한 존재와 같이 구현된다. 거대한 캔버스 스케일은 회화적 사건의 단적인 순간을 강조하듯 시공간의 분절을 초월하는 듯한 존재감을 구성한다. 특히 이들을 둘러싼 풍경의 거리감은 의미화에 쉽게 포획되지 않는 아득함을 형성하면서도, 기계적인 원근법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내면의 심리와 주관적 상념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작품의 풍경은 객관적인 재현을 탈피하여 시간과 기억, 대상과 지각, 삶과 세계의 관계가 윤종숙의 회화적 노력을 통해 시각화 되는 과정 그 자체인 셈이다. 이처럼 윤종숙의 작업은 회화가 유동적이고 연속적인 세계를 어떻게 단면화 하는가에 대한 깊은 탐구과정이다. 
 
Mountains, 2025, Oil on canvas, 170x130cm. /리안 갤러리
Spring Mountain, 2025, Oil on canvas, 130x170cm. /리안 갤러리
 
이번 전시는 윤종숙 작가가 리안갤러리와 처음 진행하는 전시로서, 5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 기간에 맞춰 화사하고 투명한 봄의 정경을 느낄 수 있는 15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말 그대로, 개별의 그림들은 자기 고유의 깊은 차원에 감추어진 신비로운 생명을 품고 있으며, 즉흥적이면서도 심오한 윤종숙의 붓질은 움트는 봄의 새싹이나 맑게 흐르는 냇물과 같이 아름다우며 향수 어린 풍경을 길어 올린다. 이번 전시 《Bom》에서는, 약동하는 봄의 정경을 통하여 관객들이 세계의 감추어진 깊은 차원과 나아가 자기 자신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