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숨결 살아있는 '친정'이 좋아"

입력 : 2008.07.24 03:34

창단 20주년 부천필 '말러 동창회'

22일 밤 10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에서 '말러 동창회'가 열렸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열었던 부천 필하모닉의 지휘자 임헌정씨와 역대 악장들이 모여서 서로 감회를 나눈 것이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부천 필의 기념 음악회 리셉션 자리였다.

"갓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덥석 악장 자리를 맡았는데, 그 뒤로 10년 가까이 머물렀어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부천 필 악장을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재민씨는 "악장을 그만두고 나서 시원섭섭함이 교차했지만, 매년 부천 필의 오페라 공연 때 객원 악장으로 연주하면서 그 마음을 달랜다"며 웃었다. 전곡 연주회 이전인 1993~98년 부천 필의 악장으로 말러 교향곡 2번과 4번 등을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강훈씨는 "예전에는 악단이 지휘자로부터 하나하나 지시를 받아야 했다면, 지금은 단원들 스스로 느끼면서 지휘자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긴장은 그만큼 사라지고 원숙함은 더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민, 지휘자 임헌정, 김현미, 양승희, 김강훈씨. /부천 필하모닉 제공
왼쪽부터 이재민, 지휘자 임헌정, 김현미, 양승희, 김강훈씨. /부천 필하모닉 제공

이 날 창단 기념 연주회에서는 예전 악장과 현 악장이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1996~97년 부천 필 악장을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씨는 이 날 객원 악장으로 참가했다. 그는 "제1회 교향악 축제 때부터 객원 악장으로 참여했고, 명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Mathis)가 말러 교향곡 4번을 불렀던 2000년에도 연주했으니 내게 부천 필은 언제나 '친정'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현 악장인 양승희씨도 "2005년부터 부천에서 다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면서 단원들도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째 이 악단을 책임지고 있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임헌정씨는 "1988년 창단 초기에는 최소 편성에 연습실과 공연장조차 제대로 없었지만 말러 전곡 연주를 통해서 서로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