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18 16:49
12월 30일까지 창성동 리안갤러리
“내가 보는 숲을 그린다”
빛과 공기 사이, 명확함과 흐릿함 사이,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 사이에서 회화가 스스로 쓰여지는 과정을 탐구한 신경철의 개인전 ’Light Between Air’가 12월 30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 신경철은 “시력이 악화돼 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줄 알았다”라며 “수술 이후 빛을 예민하게 감각하게 됐는데, 이러한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져서 더 열심히 작업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신경철은 숲을 대상으로 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관객이 마주하는 첫 작품은 대규모 드로잉 시리즈 ‘T-Here-D’다. 입구를 가득 채운 드로잉 작품은 각 화면을 연속적 흐름으로 엮으며 앞으로 전시에서 펼쳐질 서사를 예고한다. 이 시리즈는 종이 위에 밑색을 바르고, 그 위에 목탄으로 선을 그리고, 손으로 문지르며 표면을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가는 작업 중 팔레트에 남은 물감 덩어리를 종이에 부착해 시간의 잔여물을 남기고 감각의 층위를 평면의 종이 위에 쌓아올려 입체화한다.
지하 1층에는 대형 평면 회화 작업과 신작 조형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대형 평면 작업에 대해 “작품이 입체성을 갖고 있어, 정면보다는 위, 아래, 왼쪽, 오른쪽에서 작품을 보시는 걸 추천한다”라며 “리안갤러리 지하 1층 공간에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대형 작품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 보시는 분들도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경철 작품 속 금속 안료의 반사, 반투명한 질감, 명암의 미묘한 떨림은 햇살이 비칠 때마다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처럼,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회화의 물질성과 빛의 현상을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신경철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재현과 비재현의 경계를 오가며 세계를 사유한다. 작가의 숲은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기호들의 숲’이며 화면 위의 빛과 흔적, 미묘한 떨림은 세계가 끊임없이 쓰이고 지워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한편, 신경철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회화의 확장된 개념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업은 직관과 절제,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는 회화 행위를 통해 감각과 기억, 풍경과 심리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한다. 작가의 회화는 유년기의 감각적 기억과 심리적 풍경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