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30 18:12
카렌 킬림닉 아시아 첫 개인전 ‘Whispers of Imagination: Karen Kilimnik’
국제적 유명세 떨치며 두터운 팬덤 보유한 작가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 넘나들며 선보이는 판타지
신작 포함 총 30점 전시
오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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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은 환상 속에서 일기를 쓰는 것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인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를 설립한 필로메네 마거스는 카렌 킬림닉(Karen Kilimnik)의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카렌의 이번 전시를 앞두고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에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아시아 총괄 오시내 디렉터와 함께 설립자 중 한 명인 필로메네 마거스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섰다. 현지 큐레이터들은 물론 국내 관계자들도 마거스가 직접 나선 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낭만주의의 고전적 요소와 현대 팝 컬쳐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카렌 킬림닉은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현대 광고나 패션 잡지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혼합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복합적이면서도 다층적인 문화적 탐색의 과정을 제공하고, 캔버스 너머로 확장시킨다. 또한 회화,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동화, 고전 문학,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며 여러 레이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카렌은 다층적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수성을 발견하게 하고, 관람객을 꿈과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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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and Sprüth Magers, Installaion of Whispers of Imagination, 2024.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카렌 킬림닉의 아시아 첫 개인전 ‘Whispers of Imagination: Karen Kilimnik’이 오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카렌 킬림닉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드로잉 작품부터 패션의 아이콘 케이트 모스가 등장하는 1990년대 영상 작업, 그리고 해변 풍경을 담은 2023년 신작까지 총 30점이 전시된다.

─Frieze Seoul 기간 동안 독일계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는 서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카렌 킬림닉의 개인전 ‘Whispers of Imagination: Karen Kilimnik’을 함께 선보이게 됐습니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제니 홀저(Jenny Holzer),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등 동시대 주요 작가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카렌 킬림닉(Karen Kilimnik)을 제안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오시내 서울은 전통 미술, 문화, 음악, 영화 등 모든 것이 합쳐져 큰 문화의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서울에서 카렌 킬림닉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카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스푸르스 마거스는 서울에서 ‘Mondi Possibili’ 팝업 전시를 열어 카렌의 작품을 소개했었습니다. 이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카렌을 잘 모르는 사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열렬한 호기심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이 멋진 도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카렌의 전시를 개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이번 전시는 한국의 중요한 화가인 이중섭을 기리는‘이중섭 미술상’을 주관해 온 ACS(아트조선스페이스)와 에바 프레젠후버(Galerie Eva Presenhuber)와 함께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과거 미술사 속 맥락을 대중문화와 혼합하는 카렌과 깊이 있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ACS의 공간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지난해 서울에서 전시 ‘Mondi Possibili’을 선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전시 ‘Whispers of Imagination: Karen Kilimnik’을 선보입니다. 아시아 지역 중 서울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필로메네 마거스 서울은 아시아 시각 예술의 중심지라고 생각합니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런던, 베를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세계 여러 곳에 갤러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역시 이러한 도시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시내 모니카(Monica)와 함께 마거스(Magers)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술 수집의 역사, 그리고 훌륭한 사립 미술관과 공공 기관이 한국 예술가를 열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놀라고 매료됐던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은 항상 영감을 주는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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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르스 마거스는 두 명의 설립자 모니카 스푸르스(Monika Sprüth)와 필로메네 마거스(Philomene Magers)로부터 시작돼 세계적인 갤러리로 거듭났습니다. 소속 작가로는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같은 독일의 거장들도 있지만 젊은 여성 작가가 다수 포진된 부분도 돋보입니다. 스푸르스 마거스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필로메네 마거스 우선, 모니카 스푸르스는 모니카 스푸르스 갤러리를 쾰른에서 1983년에 설립했고, 저는 1991년에 필로메네 마거스 갤러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에 스푸르스 마거스로 합쳐졌습니다. 당시는 여성 예술가가 시장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죠. 그런데 저와 제 파트너 모니카가 둘 다 여성 아트딜러였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동시대 여성 예술가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 제니 홀저(Jenny Holzer),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와 같은 작가와 말이죠.
오시내 또, 베를린에서는 그룹전 ‘territory’를 개최했습니다. 최근에 함께 일하게 된 이미래 작가를 포함한 아시아 여성 아티스트 5인 리우 유지아(Liu Yujia), 탄 징(Tan Jing), 갈라포라스 김(Gala Porras-Kim), 장 루이(Zhang Ruyi)까지 참여했죠. 이 전시가 아시아 여성 아티스트를 살펴보는 스푸르스 마거스의 최근 움직임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또한, 카렌 킬림닉의 작업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하나로 융합하여 독특한 예술적 표현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낭만주의 회화, 초상화, 풍경화 등 고전적인 예술 양식을 발레와 오페라와 같은 현대의 대중문화와 결합합니다. 작가의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다채로운 문화적 영향을 표현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필로메네 마거스 카렌은 1980년대 후반 뉴욕에 등장했습니다. 미술사를 연구하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동시대 팝 컬쳐의 감수성을 담고 있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죠. 카렌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차용하면서, 동시에 패션 잡지나 패션 광고에도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Kate Moss’라는 작품입니다. 요즘 많은 젊은이처럼 카렌 역시 팝 스타나 패션 모델이 되는 판타지를 상상하며 그걸 작업으로 승화했습니다. 카렌은 환상 속에서 일기를 쓰는 것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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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and Sprüth Magers, Installaion of Whispers of Imagination, 2024.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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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and Sprüth Magers, Installaion of Whispers of Imagination, 2024.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에 전시될 설치 작품 ‘Fun of Travel’은 사물을 나열한 듯 보이지만 일종의 시간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일상적인 면모가 보이기도 합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이 작품의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필로메네 마거스 카렌은 설치 작업도 선보입니다. 1990년대 초에는 일상의 사물을 이용해 ‘스캐터 아트(Scatter Art)’와 비슷한 설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스캐터 아트’는 대중문화와 일상적인 오브제를 재조합해 일상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지워냅니다. ‘Fun of Travel’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이 작품은 관객을 전시로 초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여행 가방 속에 있을 법한 물건이 온통 흩어져 있는데요. 팝 컬쳐라는 개념은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인상을 받고 그걸 바탕으로 창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카렌의 작업 과정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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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and Sprüth Magers, Installaion of Whispers of Imagination, 2024.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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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and Sprüth Magers, Installaion of Whispers of Imagination, 2024.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전시를 통해 1985년 제작한 작품부터 2023년에 제작한 신작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거 작품은 특정 오브제나 인물이 작품 소재였는데 최근 작품은 풍경이 주를 이루는 듯합니다. 카렌이 이렇게 변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소품 위주의 작업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작품이 과거보다 커진 경향을 보입니다. 작은 크기의 작품과 크기가 커진 작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필로메네 마거스 대형 작품은 비교적 최신작입니다. 카렌은 코로나를 겪으며 다른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고립에 대처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업을 명상 수행의 한 과정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립 속에서‘난 어디에 가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결국 카렌은 상상 속의 해변에 도착했죠.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덕에 더 빠른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그 덕에 카렌은 더 큰 캔버스와 더 많은 표현 공간이 필요해졌고 자연스럽게 작품이 커지게 됐습니다. 코로나 때는 다들 너무나 큰 좌절을 겪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카렌은 상상의 세계로 가는 것을 대처 방법으로 택했습니다. 카렌의 상상의 공간은 정말 커다란 곳이었죠.
해당 기사는 스푸르스 마거스의 아시아 총괄 오시내 디렉터와 공동 대표 필로메네 마거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