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28 18:11
매그 피알 앤 이미지 이영민 매니징 디렉터
엠퍼블릭 이시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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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가 가장 뜨거워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바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가 개막하는 9월이다. 국내 수많은 갤러리는 이른바 ‘아트피플’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이 기간 동안 낮밤 가리지 않고 전시와 행사를 연다. 큐레이터는 디제잉 파티, 칵테일 파티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페어에도 참가할 뿐만 아니라 공간에서의 전시도 기획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8월 마지막 주부터 9월 첫째 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전시를 개최한다. 한정된 시간을 쪼개 최대한 많은 전시를 경험하고 소식을 전해야하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컬렉터 역시 기대감이 커진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각 갤러리가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가의 전시를 공들여 열기 때문이다. 오는 9월에는 평소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등 거물급 작가의 전시가 연이어 개최된다. 뿐만 아니라 필립스 옥션 특별전, 피노 컬렉션 같은 전시도 열린다. 컬렉터의 지갑이 마침내 활짝 열리는 순간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가 서울에 모여 서로 교류하고 미술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한다. 한여름의 미술 용광로다. 뜨거운 열기로 서울이 가득 차오른다. 이때,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프리즈와 키아프를 홍보하는 PR 담당자다. 쉴 새 없이 문의가 쏟아진다. 변수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소식을 정리한다. 갤러리, 페어, 컬렉터, 작가, 기자 등 모든 관계를 잇고 그 중심에 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매그 피알 앤 이미지 이영민 매니징 디렉터와 엠퍼블릭 이시은 실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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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 피알 앤 이미지 이영민 매니징 디렉터. 프리즈 PR
─미술과 PR. 창의성을 가진 미술과 객관적이고 명확한 사실을 다뤄야 하는 PR의 공존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리즈라는 세계적인 미술 행사를 국내에 소개하며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또, 홍보를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말씀대로, PR과 미술의 조화는 어렵습니다. 예술의 세계는 복잡하지만 그것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의 역할이니까요. 프리즈 서울이 열린 첫해부터 고민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국제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를 한국의 예술적 감수성과 세계적인 예술 흐름에 맞게 전달해야 했으니까요. 또 키아프와 함께 개최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고, 영국과의 시차로 인해 런던 팀과의 협업에 유연성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매그 피알 앤 이미지는 명품, 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에 근간을 둔 브랜드와의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를 녹여내 최적화된 전략을 제시하고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즈 서울은 문화계 인사와 미술 관계자 사이에서 큰 화두였지만, 저희는 더 많은 국내 미술 시장의 소비자에게도 주목받는 홍보 전략을 세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접근법'을 프리즈 서울 홍보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아트 페어 그 자체의 역할 뿐 아니라 예술 산업을 포함한 관광 및 여타 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너지를 일으켜 프리즈의 역할을 소개하고 또 한국, 서울의 예술에 있어 많은 가능성을 해외에 보여주는 것에 신경 썼습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한국에서 열려 많은 시선이 쏠렸는데요. 홍보 디렉터로서 주목도를 체감했나요? 어떤 방식으로 컬렉터와 미술 업계 사람들이 반응했는지 궁금합니다.
프리즈 서울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됐을 때부터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 예술계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대중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목격했고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을 체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의 취재 경쟁, 요청 사항 처리, 보도량 증가로 인한 업무 부담도 느껴졌습니다. VIP 티켓에 대한 문의도 상당했고요.
대신 그만큼 프리즈를 통해 뮤지엄, 갤러리, 큐레이터, 아티스트 등 미술 업계 전문가들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더욱 폭넓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더 많은 행사가 펼쳐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회사의 성장으로도 이어졌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해외 유수의 갤러리, 기관과도 협력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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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는 올해로 3년 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2년과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동안 국내 언론의 주요 관심사는 프리즈로 인한 국내 미술 시장의 영향, 메가 갤러리의 한국 진출, 출품작, 그리고 판매 성과에 집중돼 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서울을 더욱 활성화하고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가장 달라진 점은 프리즈 위크 동안 삼청, 한남, 청담 나잇에 이어 을지로 나잇이 개설됐다는 점입니다. 을지로 많은 갤러리의 전시를 늦은 시각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퍼포먼스 아트 섹션인 프리즈 라이브, 이화여대와 협력해 진행되는 프리즈 필름 등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사람을 만나고 연결하는 PR 업무를 하며 느낀 한국 미술시장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젊은 컬렉터들의 등장과 프리즈 서울과 같은 국제적인 아트페어의 개최로 한국 미술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주요 미술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국내에서는 젊고 역동적인 컬렉터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인 컬렉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작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R 업무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에서만 보아도 느낄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구겐하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LACMA, 필라델피아 뮤지엄, 테이트 모던 등 주요 미술관에서의 한국 작가 전시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백남준, 박서보를 이어 서도호, 이불, 양혜규, 이미래 등의 작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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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퍼블릭 이시은 실장. 키아프 PR
─키아프의 홍보를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매해 키아프 서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와 주요 메시지를 중심으로 홍보 앵글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제23회를 맞는 키아프 서울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입니다. 이 키워드는 공간적 확장을 시작으로 외부 연계 행사와 디지털 확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 의미를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키아프의 홍보를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매해 키아프 서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와 주요 메시지를 중심으로 홍보 앵글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제23회를 맞는 키아프 서울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입니다. 이 키워드는 공간적 확장을 시작으로 외부 연계 행사와 디지털 확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 의미를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이번 키아프 서울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물리적 공간이 넓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입니다. 그간 코엑스 1층에서만 열렸던 행사공간을 2층 ‘더 플라츠’까지 확장했습니다. 또한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A홀부터 B홀, 그리고 그랜드볼룸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의 예술 도시처럼 구성했습니다. 이로 인해 관람객분들은 공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도심의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외부 연계 행사도 새로운 확장성의 일환입니다. 홍대,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키아프와 연계된 다양한 미술 행사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는 키아프의 영향력을 지역적으로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별전 'Kiaf on SITE'에서는 대형 설치 미술, 퍼포먼스, VR 등 기술과 결합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장르의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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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나 미술계 관계자를 만나며 많은 교류를 하셨을 텐데요. 키아프를 비롯한 최근의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해 어떤 반응이었나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아트 페어란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컬렉터, 옥션, 스폰서, 미디어, 관람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노력하고 열정을 보이면서 함께 어우러져야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술계 관계자들 또한 최근 미술업계가 젊어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컬렉터의 주된 나이대는 40대나 50대였으나, 최근에는 30대와 20대까지 넓어졌습니다. 또 미술품이 안정적인 투자 자산으로 견고히 자리 잡음과 동시에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미술시장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팬데믹 이후로 미술시장이 급성장하며 일부 ‘거품’에 대한 우려를 낳았고, 빠른 속도로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작품의 실질적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시장이 조정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장을 이뤄낸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성장은 여러 요인이 맞물려서 만들어졌고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입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미술시장이 디지털화되며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 또한 여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와 SNS의 확산은 미술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장시켰고, 특히 MZ세대의 유입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구매력은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미술시장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고 전국적인 인프라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실물 거래와 온라인 거래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이 미술의 접근성을 높였지만 작품의 진위 여부나 보존 상태 등의 문제에서 여전히 실물 거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