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13 15:04
2026년 3월 1일까지 브뤼셀 빌라엉팡
동시대 거장 50인과 나란히
불을 주제로 한 대규모 특별전 ‘FIRE’


흙에 담긴 생명과 소멸의 의미를 포슬린 조각으로 캔버스에 구현해 온 작가 김지아나가 벨기에 브뤼셀의 빌라엉팡(Villa Empain) 미술관에서 열리는 국제 기획전 ‘FIRE’에 초청 작가로 참여한다. 김지아나는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보고시앙재단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으며, 2022년에는 리-보우웬스 갤러리(Lee Bauwens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김지아나는 평면 위에 깨진 포슬린 조각을 올려 입체감과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일종의 벽에 거는 조각과도 같은 형태의 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동양적인 측면에서 단색화의 연장선으로 이해됨과 동시에 평면성이 아닌 물질을 다각도로 실험적 모색을 바탕으로 단색화와는 다소 차별화 지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지아나는 피부처럼 얇은 세라믹 파편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이번 전시는 보그시앙 재단(Fondation Boghossian)의 디렉터 루마 살라메(Louma Salamé)가 기획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시는 2026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본 전시의 주제인 ‘FIRE’는 불을 주제로,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를 한데 모았다. 이들은 조각,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직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불의 상징성과 물리적·정신적 의미를 탐구한다.

또한 국내 작가 남춘모 역시 이번 전시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남춘모는 회화부터 조형에 이르기까지 ‘선’을 모티브로, 폴리코트와 광목을 사용한 부조 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작업으로 국내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브 클랭(Yves Klein), 빌 비올라(Bill Viola), 바르텔레미 토구오(Barthélémy Toguo), 알리 체리(Ali Cherri) 등 동시대 대표 작가 50여명이 함께한다. 특히 김지아나는 빌라엉팡 중앙홀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대표작 ‘삶과 붉은 불’과 신작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불꽃과 연기 같은 원초적 이미지를 포슬린 재료와 결합해 불이 가진 창조성과 파괴성, 탄생과 소멸의 양가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창조적 열정, 변혁, 그리고 생명 순환에 대한 사유를 제안한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국제 정치·문화의 중심지이자, 유럽 주요 미술관, 아트페어, 컬렉터들이 집중하는 허브 도시다. 보그시앙 재단은 1922년 레바논 출신의 아르메니아 보석상 로버트 보그시앙이 두 아들과 세운 재단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빌라엉팡을 인수해 미술교육, 전시 및 작가들을 후원하고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