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0 17:54
8월 3일까지 청담동 글래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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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람은 뒷모습만 봐도 얼굴이 보여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과 주관이 뚝뚝 묻어났다. 이날(20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작가 아침 김조은(Joeun Kim Aatchim)은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쉽게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작가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아침 김조은의 세계는 깊다. 끝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침 김조은은 ‘朝(아침 조)’자를 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이러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아침’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표기법은 ‘Atchim’이 아니라 ‘Aatchim’이다.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A를 하나만 쓰면 해외에서 ‘애침’이라고 발음하더라고요. 조금 더 정확히 ‘아침’으로 불리길 원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치밀하고 아름다운 고민을 하는 작가의 작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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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김조은은 개인전 ‘최소침습’을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가진다. 작가는 기억을 돕는 상상 속 구조물이자 기억의 집이 되는 공간인 ‘기억의 궁전’이라는 개념을 참고해, 작가는 자신만의 접근방식을 통해 기억의 공간을 구축한다. 이 공간에서 작가는 선형적 서사를 거부하고, 대신 기억, 현실, 표현이 동시에 존재하는 방식을 감정적으로 고조된 상호작용으로 포착한다.
또한, 다양한 투명도의 실크를 사용하여 사물, 공간, 인물과의 관계에 대한 초현실적 기억을 보존하는데, 작가가 ‘투명주의(Transparentism)’라고 명명한 이 접근법은 흐릿하고 얇은 층 내에서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반투명한 장면에 기억의 세부 사항을 진실되게 담아내기 위한 일상적 실천을 포함한다. 작가의 포근하고 소박한 정물화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여기서 시간의 흐름은 비선형적으로 기록되며, 보이는 것과 기억되는 것 사이의 활발한 교류도 포착된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인식 가능성의 확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회화, 실크 드로잉, 조각뿐만 아니라 장소 특정형 오디오 설치 작품이 공개된다. 출품작은 고통,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 등, 다층적 복잡성을 수반하고 개인사에 기반을 둔 기억을 가시화하려는 엄밀한 시도의 연장선이다. 오디오 설치 작품은 작가가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들리는 주변의 소리를 직접 녹음한 것으로, 보다 생생하게 작품의 탄생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은 1층과 지하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작가는 1층에서 밝은 빛을 연출해 낮, 생명과 같은 경험을 의도했고, 지하층에서는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해 밤과 죽음과 같은 상징을 표현했다.


작품이 벽에 비스듬히 걸려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실크 위에 작업하는 작가의 특성상 배경 뒷면으로도 빛이 들어오게 해 더욱 투명한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작품뿐만 아니라 빛과의 상호작용, 소리, 조각 작품 등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예술적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의도했다.
한편, 아침 김조은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트라바시아 콰트로(Travasía Cuatro), LA와 뉴욕의 프랑수아 게발리(François Ghebaly), 캘리포니아의 메이크 룸 LA(Make Room LA), 이스트 햄프턴의 하퍼스(Harper's), 뉴욕의 80 WSE 갤러리(80 WSE Gallery)에서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8월 3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