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10 18:32
전 세계 20개국 129개 갤러리 참여
특별전 'CONNECT' 9개 구성
12일까지 벡스코

‘부산’하면 휴양, 자연, 전통, 그리고 영화나 미술을 비롯한 ‘예술’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문화 도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2010년대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아트부산’까지 부산을 예술도시로 바꾸고 있다.

‘아트부산’은 2011년 설립돼 부산의 미술 인프라와 기회 확대를 위해 힘써왔다. 이후 2023년에는 디자인과 아트페어를 접목한 ‘디파인 서울’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2025년에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 역시 부산 지역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행사지만 해외 관람객의 비율이 높았고 갤러리 담당자들 또한 서울, 천안, 대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아트부산’은 5월 9일 VIP오픈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열린다. 행사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활기찼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컬렉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 다양한 미술 작품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관람객까지 다양했다. 갤러리 담당자 역시 “비교적 침체된 분위기의 작년보다는 올해 더욱 좋아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참여 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등을 출품한 국제갤러리,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등 해외 작가 위주로 출품한 페레스 프로젝트, 이배, 김현식, 정수영 등의 작품을 내건 학고재, 양종용, 김윤신, 우종택, 레미 이스베르그(Remy Hysbergue) 등의 작품을 준비한 갤러리끼 등에서 볼거리를 선사했다.

전시장 구성은 메인, 퓨처, 커넥트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인상 깊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아시아 현대미술의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를 조명하는 '허스토리(HERSTORY)' 섹션에서는 10명의 작가, 60여 개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소개하는 미술관급 전시를 선보인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정강자, 샤오루(Xiao Lu) 등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신디 셔먼(Cindy Sherman), 제니 홀저(Jenny Holzer)와 같은 서구 대표 여성 작가의 작품이 한자리에서 소개된 점이 뜻깊었다.

보통 큰 규모의 해외 아트페어의 경우에는 페어뿐 아니라 인근 여러 갤러리까지 전시를 준비해 도시 전역에서 아트위크를 선보인다. 국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경우에도 한남나이트, 삼청나이트 등 페어가 끝난 밤에도 전시를 관람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미술계 종사자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행사를 준비한다. ‘아트부산’이 열리는 부산의 경우,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선 ‘아트부산’은 부산 아트 위크 미니 가이드북을 발간한다.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부산의 아트 신을 조명하고 복합문화공간이나 미술관을 비롯한 가볼 만한 장소를 폭넓게 소개한다. 또한 부산의 총체적인 문화를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가구, 빈티지 의류, 독립서점, 그리고 대를 이어오는 전통이 담긴 노포까지 포함했다. 미니 가이드북은 벡스코와 아트위크 참여 갤러리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수영구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부산은 ‘아트부산’ 개막일에 맞춰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를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김영나는 2011년 이후 줄곧 디자이너가 미술 언어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해 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두 영역을 확장할 뿐 아니라, 시각예술의 언어와 전시의 맥락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스스로의 디자인 작업에 근간을 둔 자기 참조적 행위를 이어간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개인전은 그의 회화 및 평면작업, 조각, 벽화로 구성된 근작 40여 점을 살펴볼 수 있다.

OKNP 부산에서는 6월 9일까지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 개인전 ‘홀려라’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문자도인 ’홀려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홀려라‘는 한글 닿자와 민화를 조합하여 만든 그림이다. 이를 통해 ’의미와 무의미 사이‘, ’발성과 묵음 사이‘를 오가며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갤러리도 ’아트부산‘ 개최 기간에 맞춰 부산의 공간에서 프라이빗 전시나 행사를 여는 등 부산 아트 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티켓은 1일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