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09 21:39
6월 1일까지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김홍주·나비드 누르·디아나 체플라누·이영림 작가 4인



따스한 봄날, 작품 속 아름다운 색이 빛깔이 돼 전시장에서 공명한다. 마치 우주를 담은 듯한 소품부터 흰 벽면뿐 아니라 주변 공간을 장악하는 비정형 작품까지 다양하다. 감각적이고, 신비로운 미술적 순간이 지속된다.
색을 주제로 김홍주(79)·나비드 누르(Navid Nuur·48)·디아나 체플라누(Diana Cepleanu·67)·이영림(55) 4인의 전시 ‘The Humming of Colors’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개막했다. 아트조선스페이스와 아트플랫폼아시아 대표 케이트 림(Kate Lim)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가지는 해외 작가 누르와 체플라누를 포함해 김홍주·이영림 4인이 함께하는 그룹전이다. 작가 4인이 선보이는 색과, 색이 만나 조응하는 감각에 주목하고 시각적, 지각적 개념을 물질화하는 색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 20여 점이 내걸린다.
1970년대부터 작업을 이어나가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홍주, 이란 출신으로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 거주하며 금속 패널을 지지체로 물의 움직임을 색으로 담아내는 누르, 일상적 소재에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시각을 담아내는 체플라누, 비정형으로 잘라낸 나무를 사용해 작품을 다각도로 연출하며 시각과 인지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는 이영림까지 출품작을 통해 작가가 가진 고유의 개성과 시각을 한 공간에 쏟아놓는다.



이번 전시는 스트로크 사이 미세한 틈이 만들어 낸 부드러운 빛깔, 물의 움직임을 거쳐 빚어낸 터치 사이사이 성긴 틈에서 발견되는 빛깔, 표면에 남겨진 색채의 흔적으로 쌓은 입체감으로써의 빛깔 등을 담아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색이 작가의 생각과 작업 방법을 반영하는 순간 빛깔로 변하며, 그 순간에 주목해 미술이 선사하는 입체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작품이 워낙 예쁘고 다채로워서 가지고 있는 개성도 다양하다고 생각했는데 연극까지 관람할 수 있어서 더욱 풍성한 전시였다. 연극 내용 또한 전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며 감상평을 남겼다. 다양한 색과 크기의 작품이 전시장 벽면을 채웠고, 통유리창을 뒤로 연극 무대로 탈바꿈한 전시 공간은 관람객에게 인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했다.



한편, 이번 전시 공동기획자인 케이트 림의 대본으로 완성한 전시 연계 연극 ‘빛깔의 흥얼거림’(총체 극단 ‘여집합’)이 오프닝에 공연됐다. 이에 대해 케이트 림은 “그림을 보면서 음악성을 느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처럼 색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 연계 연극을 통해 총체적인 감각을 일깨우고 미술과 음악과 언어가 공명하는 장을 경험하며 전시를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빛깔을 가지게 되는지 관객들이 관찰해 보면 좋다. 메시지를 찾기보다는 빛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는 어떤 작업을 했을지를 상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1일까지. 무료. 화~토 10:00~18:00. (02)736-7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