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데이비드 라피노’처럼

입력 : 2023.12.21 16:46

대도시 청춘 묘사 통해 물질만능주의 등 꼬집어
아시아 첫 개인전 ‘Special K’, 내달 13일까지 글래드스톤 서울

Untitled, 2022,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charcoal pencil, acrylic marker on paper, 65x45.5cm. /글래드스톤 갤러리
Untitled, 2022,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charcoal pencil, acrylic marker on paper, 65x45.5cm. /글래드스톤 갤러리
 
가슴이나 엉덩이, 속눈썹, 입술 등 왜곡되고 과장된 특정 신체 부위, 그리고 란제리룩, 타투 등 현란한 복장과 화장실이나 욕조와같이 협소한 공간이 대비를 이루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데이비드 라피노(David Rappeneau)는 머리 위에서 조망하거나 뒤에서 바라보는 비전형적인 시점으로 대도시 속 젊은이와 도심의 풍경을 매혹적이면서도 섬뜩하게 묘사한다. 그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그래픽 노블 혹은 애니메를 연상하는 이유다.
 
후미진 공간의 계단에 앉아 화장을 고치거나 담배를 태우면서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오늘날 청년들을 떠올린다. 특히 브랜드명이 고스란히 드러난 의상이나 신발을 통해 작가는 명품 패션 브랜드를 찬양하며 물질만능주의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꼬집는다.
 
Untitled, 2022,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charcoal pencil, acrylic marker on paper, 40.3x29.5cm. /글래드스톤 갤러리
Untitled, 2022, Acrylic, ballpoint pen, pencil, charcoal pencil, acrylic marker on paper, 40.3x29.5cm. /글래드스톤 갤러리
 
라피노는 2014년부터 텀블러에 작품 이미지를 올리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프랑스 태생이라는 것만 알려졌으며, 얼굴이나 나이, 학력, 거주지 등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 온라인을 매개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현재도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발표하고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퀴어 쏘츠 갤러리(Queer Thoughts Gallery)(2022), 글래드스톤 브뤼셀(2021), 갤러리 크레브퀘르(Galerie Crevecoeur)(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나, 전시장에 등장하지 않고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등 여전히 베일에 싸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데이비드 라피노 개인전 ‘Special K’ 전경. /글래드스톤 갤러리
데이비드 라피노 개인전 ‘Special K’ 전경. /글래드스톤 갤러리
데이비드 라피노 개인전 ‘Special K’ 전경. /글래드스톤 갤러리
데이비드 라피노 개인전 ‘Special K’ 전경. /글래드스톤 갤러리
 
주로 뉴욕과 유럽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온 라피노가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을 가진다. ‘Special K’전(展)에는 작가가 2022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드로잉 15점이 내걸린다. 전시타이틀 ‘Special K’는 유명 식품회사의 시리얼 이름이기도,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플라시보(Placebo)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명칭은 작가가 받은 영감의 원천을 상징한다.
 
해당 시리얼은 균형 잡힌 식단을 내세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특정 신체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 편협한 미적 기준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비판받은 바 있다. 플라시보의 노래는 화자의 정서적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담은 노랫말을 지닌다. 즉, 라피노는 현대인의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되짚고 현실 도피를 꿈꾸는 작가의 욕구를 함께 보여준다. 1월 13일까지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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