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옆 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이전 재개관

입력 : 2023.02.17 18:15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과 나란히… ‘아라리오 문화 타운’ 조성
권오상·이동욱·김인배·안지산·노상호 5인전 ‘낭만적 아이러니’

서울 종로구 원서동으로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외관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종로구 원서동으로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외관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종로구 원서동으로 이전해 재개관했다. 삼청동에 조성된 아트 디스트릭트(art district)의 주축이었던 아라리오갤러리가 안국역 근방으로 옮김으로써 기존의 아트 지형도가 더욱 확장되고 견고해진 셈이다. 이전 위치는 옛 공간사옥 부지이자 아라리오뮤지엄 바로 옆이다. 강소정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는 “위치를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나 이곳으로 옮겨와 아라리오뮤지엄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라리오 문화 타운’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내부 곳곳에는 회벽돌,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이전 건물에서 온 자재를 그대로 보존한 것을 볼 수 있다. /윤다함 기자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내부 곳곳에는 회벽돌,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이전 건물에서 온 자재를 그대로 보존한 것을 볼 수 있다. /윤다함 기자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내부 곳곳에는 회벽돌,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이전 건물에서 온 자재를 그대로 보존한 것을 볼 수 있다. /윤다함 기자
이전 재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건물 내부 곳곳에는 회벽돌,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이전 건물에서 온 자재를 그대로 보존한 것을 볼 수 있다. /윤다함 기자
 
1년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재정비한 전시 공간은 6층짜리 건물의 지하부터 지상까지 층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로 꾸려진다. 1층은 새하얀 대리석 바닥을 포함한 전형적인 화이트큐브라면 지하 전시장은 1990년대 지어질 당시의 회벽돌 바닥을 그대로 보존해 요즘 신축 전시장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이채로운 요소를 보여준다. 계단층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존 건축물의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을 남겨 놓아 순백색의 전시장과 대비되는 회색조의 자재들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인공적인 백색과 자연스러운 시멘트, 그리고 동시에 창밖으로는 나무가 우거진 창경궁이 보이는 묘한 삼위일체를 이룬다. 
 
건축 디자인은 일본 스키마타 건축(Schemata Architects)사 대표이자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조 나가사카(Jo Nagasaka)가 맡았다. 스키마타 건축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의 기존 건물을 개조하되 완전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 건물의 구조와 재료, 외벽의 벽돌 외관을 유지하면서 바로 옆에 위치한 김수근 건축가의 옛 공간사옥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강 총괄디렉터는 “원래 있던 것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집어넣는 방식을 추구하는 건축가로, 이는 아라리오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라고 했다.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노상호, THE GREAT CHAPBOOK 4 - HOLY, 2023, Acrylic on canvas, 117 x 91 cm. /윤다함 기자
노상호, THE GREAT CHAPBOOK 4 - HOLY, 2023, Acrylic on canvas, 117 x 91 cm. /윤다함 기자
 
갤러리 이전 재개관을 기념하는 전시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가 3월 18일까지 마련된다. 권오상, 이동욱, 김인배, 안지산, 노상호 등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갤러리 전속 작가 5인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일반적인 반전이나 아이러니 효과를 넘어선 그 이상을 꾀하는 미술가로, 긴장감 넘치고 정답과 결과가 없는 무한한 사유를 낳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있는 건물의 특성을 활용해 각 층을 한 명씩의 작가가 맡는 형식으로 구성돼 작가별 개인전을 연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김인배 작가의 공간은 전시장 한 벽에 꽤 작게 작가가 적어 둔 ‘3개의 안개’라는 제시어와 함께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3개의 안개로 시작하는 전시의 작품 수는 총 4개다. 3개와 4개라는 개수에서의 어긋남, 셀 수 없는 명사인 안개에 지정된 3개라는 셀 수 있는 숫자, 눈앞에 있지만 언제나 명확히 잡히지 않은 안개라는 단어와 함께 시작하는 김인배 작가의 공간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의도된 혼동을 강요한다. 
 
지하 1층에는 안지산의 작품이 내걸린다. 안지산의 작품은 그가 최근까지 집중해온 비 폭풍 속 돌산의 풍경에서 조금 더 나아가 눈 폭풍이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의 사냥과 채집을 다룬다. 스스로 부여한 상황 속에서 잠식된 인간의 불안을 시각화하는 안지산 작가가 그려낸 눈 폭풍 속 풍경은 적막감이 감돌고 극적이다. 사냥과 채집은 자연 속에서 항상 행해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이자 삶의 일상이면서 동시에 그 순간은 최고의 긴장과 공포가 축약된 극적인 순간이다. 이러한 안지산 작가의 풍경은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식 낭만주의적 정신의 숭고함과 충만함이 내재된 풍경을 연상시킨다.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3층에는 이동욱의 신작 5점이 걸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최근 관심사인 인간을 둘러싼 공간이나 건축, 그리고 기하학적 구조물들과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조적으로는 작가를 대표하는 15센티미터 내외의 작은 벌거벗은 인물상이 전신이나 신체의 일부로써 존재하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들로 표현되는 식이다. 
 
4층의 노상호 작가는 이번에 디지털과 현실 세계 간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해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는 신작 시리즈 ‘Holy’를 소개한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 작가는 현실과 디지털 세계에서의 가상 이미지들 간 혼종교배와 그로 인한 결과물을 노출시키고 그 현상에 대해 고민한다. 디지털 가상 이미지는 현실에서 출발하고 주 사용자들도 현실에 존재하지만, 그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이나 반응은 두 세계 내에서 각각 다르게 풀어진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모두 공존하지만 각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미지 혼종교배의 여러 단면들을 가장 고전 매체인 회화로 풀어낸다. 
 
권오상, BUST(GH),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38 x 28 x 80(h) cm, SOCLE COMPOSÉ DE TROIS ÉLÉMENTS, 2023,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38 x 38 x 82(h) cm. /윤다함 기자
권오상, BUST(GH),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38 x 28 x 80(h) cm, SOCLE COMPOSÉ DE TROIS ÉLÉMENTS, 2023,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38 x 38 x 82(h) cm. /윤다함 기자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낭만적 아이러니’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아울러, 향후에는 VIP 프라이빗 룸으로 운영돼 일반 관람객에게는 공개가 안 될 5층 공간이 이번 개관전을 위해 특별히 개방된다. 전면 통유리창으로 된 5층방에서 권오상의 최신작 너머 보이는 창경궁과 원서 공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권오상은 이번 전시에서 헨리 무어(Henry Moore) 조각을 오마주하고 그대로 형상화해가면서 추상적 형체와 유기적 구성에 기반한 독특한 인체 조각 연구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그 형상화된 표면에 권오상 작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 채집과 유희적 콜라주가 더해져 구조와 표면의 아름다움을 모두 좇는 권오상 고유의 조형 미학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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