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13 18:18
국립현대미술관 ‘수평의 축’展
자연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실험적 작품 70여 점
높이만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를 영상에 그대로 구현해내려면 6개의 모니터로 화면을 나누는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 출신 작가 에이샤 리사 아틸라(61)는 가문비나무의 실제 크기를 영상에 담고 싶었지만 이미지의 변형 없이 온전한 형태로 촬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광각 렌즈로도 시도해봤지만 별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을 기록하는 일 또한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행해진다고 깨닫는다. 그의 대표작 <수평-바카수오라(Horizontal-Vaakasuora)>(2011)는 자연의 한 부분을 온전히 기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나무의 ‘초상’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국제 동시대미술 기획전 ‘수평의 축(Axis of Horizon)’이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사회 그리고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전시는 ‘부분의 전체’, ‘현상의 부피’, ‘장소의 이면’ 등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자연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부분의 전체’는 자연의 부분적 재현을 통해 삶을 통찰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미술관이 수집한 이후 최초 공개하는 공개하는 <수평-바카수오라>를 비롯해 국내 미술관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Dark Earth(cosmos)>으로 꾸려진다. ‘현상의 부피’는 계절, 날씨, 물, 연기, 얼음, 공기 등과 같은 자연 요소들로 인해 발생되는 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화한 작품들로 꾸려졌다. 이 중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파고들다>는 수집 후 과천관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설치 작품으로, 비물질적인 요소를 새롭게 인지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장소의 이면’은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근접한 미래, 그리고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다룬다. 수집 후 처음 전시되는 맵 오피스의 영상 작품 <유령 섬(Ghost Island)>과 로랑 그라소의 대표작 <무성영화(The Silent Movie)>(2010) 등이 내걸렸다.

현재 미술관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도록 시간당 입장 인원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시간대 예약이 가능하며, 사전 예약자는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확인 후 입장할 수 있다. 안전 관람을 위해 단체 관람은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