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를 초현실적으로 감상하는 법

입력 : 2020.05.11 19:15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전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사람의 아들, 116x89cm, 캔버스에 유채, 1964 ©2020 C.Herscovici,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사람의 아들, 116x89cm, 캔버스에 유채, 1964 ©2020 C.Herscovici,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담배파이프, 중절모, 구름 등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익숙한 르네 마그리트의 예술세계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했다. 최신식 장비와 웅장한 사운드를 통해 마그리트의 초기작부터 마지막 시기에 이르는 작품 1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린다. 
 
마그리트 회화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와 현대적 감각에 입체감과 움직임이 더해진 미디어 영상이 전시장 공간을 40분간 360도로 에워싸고,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특수 효과, AR 증강현실, 대형 파이프 포토존 등이 마치 마그리트의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특히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미스터리 룸(Mystery Room)’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의 앞모습 대신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형상의 대표작 <금지된 재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증강현실 포토존으로, 관람객의 얼굴을 자동 인식, 작품으로 분한 자신의 모습을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대표연작 <빛의 제국>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명상적 공간도 운영된다. 대조적인 낮과 밤이 조화롭게 결합된 27개 작품 시리즈 중 다섯 작품을 영상 기반으로 재해석해 실감 나는 감상이 가능하다. 
 
생전 화가이기보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마그리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연대기와 더불어 마그리트가 직접 등장하는 뤽 드 회쉬 감독의 영화 ‘마그리트, 또는 사물의 교훈’ 편집본이 상영된다. 회화만큼이나 영상과 사진에 애정을 갖고 실험을 거듭했던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르네 마그리트, 영화인’도 공개된다. 마그리트가 생전 마지막 20년 동안 직접 촬영하고 출연했던 영상으로, 벨기에 초현실주의와 그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꼽힌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마그리트는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과 교류하면서도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소재로 택해, 친숙한 대상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는 방식을 즐겼다. 오늘날 마그리트의 작품은 영화 ‘매트릭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주는 등 현대 대중문화에도 자주 차용된다.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그의 1937년작 <쾌감의 원칙>이 329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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