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뒤샹을 소재 삼아 이야기하는 과거와 현재

입력 : 2020.03.11 17:31

박초현展 ‘그것에 대해 기다리며’ 19일까지

박초현은 고흐, 신윤복, 뒤샹 등을 소재로 삼거나 때로는 구겨진 명품 가방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의 화면 근원에는 과거의 기억과 이미 보아왔던 모양에 대한 자기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예술가적 촉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해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뭉뚱그려 쳐다보는 식이다.
<흔적_고흐의 신발> 57x76cm 종이 위에 분채 2020 /정수아트센터
<흔적_고흐의 신발> 57x76cm 종이 위에 분채 2020 /정수아트센터
<흔적_샘> 57x76cm 종이 위에 분채 2020 /정수아트센터
<흔적_샘> 57x76cm 종이 위에 분채 2020 /정수아트센터
<흔적_고흐의 신발>을 통해 꼭 고흐가 그려놓은 신발이 아니라 누군가 신었을 신발을 바라보는 고흐의 눈빛을 찾아낸다. 감성의 선이다. 신발이 아니어도 좋고, 신발의 경험이 아니어도 좋다. 박초현은 고흐가 낡고 튼튼한, 오랜 노동을 함께했을 모든 시간을 신발에 담아두고자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낡고 오래된 신발을 신선하고 깨끗한 물감으로 물들인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를 차용한 <흔적_샘>에서는 대량생산된 기성품이라도 누군가의 사인에 의하면 특별한 브랜드로 변화되는 사물의 사용반란을 이야기한 뒤샹의 시선과는 다른 방향에서 그것을 바라본다. 작가는 있거나 없거나 막히거나 뚫리거나 하는 흐름에 대한 이중코드를 찾아내는데, 이는 단일면만 존재할 수 없다는 이중코드에 대한 예술가적 접근인 셈이다.
고흐가 바라보는 감성의 시선과 뒤샹이 가고자 했던 사회적 감정은 <흔적_최후의 만찬>으로 이어진다. 갈라지고 긁힌 흔적은 빛바랜 벽돌담의 균열처럼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동명의 타이틀인 이 작품은 조형구조 또한 비슷해 처음 보아도 어디선가 봄직한, 낯선 곳이지만 뭔가 모를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박초현 초대전 ‘그것에 대해 기다리며’가 19일까지 서울 삼청로 정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창작의 충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창작의 원천을 찾아가고 형을 구현하기 보다는 이미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형을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만의 작업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박초현 초대전 전경 /아트조선
박초현 초대전 전경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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