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운동실로 변신한 미술관에서 ‘어른이’ 돼 볼까

입력 : 2020.02.13 18:19

대만 작가 유쳉타, ‘두리안’ 소재로 관객 참여형 전시로 꾸려
인라인 스케이트, 암벽등반, 운동터널 등 체험 요소 가득
5월 10일까지 경기도미술관

‘두리안 GX룸’展 포스터 /경기도미술관
‘두리안 GX룸’展 포스터 /경기도미술관
 
고약한 냄새로 잘 알려진 과일 두리안. ‘금지된 열매’, ‘과일의 왕’, ‘슈퍼푸드’ 등 달고 있는 꼬리표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별명을 지닌 두리안을 통해 문화의 탈경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리 잡고 있는 이국적인 가치와 이질적인 가치의 경계, 곧 우리 안의 ‘이국적 타자’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은 2020년 첫 전시로 대만 출신의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 유쳉타(Yu Cheng-Ta·37)의 ‘두리안 GX룸’을 개최한다. 
 
운동이라는 일상의 영역에 두리안의 이국적 정취를 불어넣은 관객 참여형 전시로, 2019년 뉴욕 퍼포마 비엔날레에 출품된 커미션 작품 ‘두리안 미술관’의 후속 프로젝트다. 전시장은 실내 운동실로 연출된다.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캐릭터, 일상 소품과 문구로 가득 차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때론 한 곳에 시선이 머물지 못하게 한다.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청각, 촉각, 미각의 강렬한 효과를 더해 체험요소가 차고 넘친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인공 암벽등반장, 운동기구, ‘운동터널(비닐하우스)’ 등 운동거리가 풍부한 화랑유원지의 특징을 모티브로 삼은 전시실 안에서 관람객은 몸을 이용한 자기표현과 유쾌한 놀이를 하며 ‘어른이’가 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전시실 전체가 포토존인 셈이다.
 
유쳉타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문화와 언어, 인종, 젠더 정체성에 관한 일체의 경험들을 서술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가 스스로 ‘인생극장’이라고 설명하는 허구의 장치와 특유의 유머에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심어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아시아의 두리안 농장 집안에서 태어난 ‘파미미’라는 가공의 인물로 변신했다.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소셜미디어 셀럽인 파미미는 지난해 말부터 두리안 프로모션을 개시했는데 뉴욕, 타이베이를 거쳐 경기도에 도착했다는 콘셉트다. 이번 전시를 통해 파미미는 한국인에게 두리안의 효능을 알리고 소통하려고 한다. 유쳉타는 “이 모든 과정은 소셜미디어가 현대인의 소통방식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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