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강 활주하는 나막신 스케이터, 뮤지컬 ‘경성스케이터’

입력 : 2019.11.25 14:20

판소리와 재즈의 이색적 만남… 11월 29일~12월 22일 정동극장

/정동극장
/정동극장
 
조선식 스케이트인 설마(雪馬)를 신고 달리는 한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판소리 뮤지컬 ‘경성스케이터’가 오는 29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한다. 나막신 스케이트를 타고 사냥하는 포수 김달진은 자신이 쏜 오발탄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딸에게 보청기를 사주기 위해 특별 상금이 걸린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되고자 한다. 조선 최초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정연, 이성덕, 장우식이 1936년 독일 동계 올림픽에 일본 국적으로 출전한 실화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창작물이다.

 
어둡고 침울하던 일제 강점 하에서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은빛 레이스는 억압과 차별, 멸시 가운데서도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는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그 시간을 이기고 견딘 사람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희망과 같은 가치다. 이기쁨 연출은 “작품 속 달진과 딸 순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 마음속 솟아나는 두려움을 대면하고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버지 김달진 배역에 여성 배우인 정지혜가 발탁돼 관객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동극장
아버지 김달진 배역에 여성 배우인 정지혜가 발탁돼 관객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동극장
 
극은 판소리 뮤지컬을 표방하지만 작품 속 음악은 창작 판소리를 기반으로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태동한 한국 대중음악을 반영한다. 쏟아지는 신문물과 급속한 변화 속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던 경성에는 민요와 판소리뿐만 아니라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유입됐다. 그 시절 축음기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대중음악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판소리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관객이 극중 배경인 1930년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판소리와 뮤지컬이라는 단어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그리듯 과거와 현재, 국악기와 서양 악기, 판소리와 재즈, 수묵화와 3D 애니메이션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경성스케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친숙하고 흥겨운 선율로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판소리 뮤지컬을 선보이는 동시에 설마를 신고 달리는 사냥꾼과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는 동서양의 소재를 연결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달리던 그 시절로 관객을 데려간다. 오는 29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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