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찾는 공생의 가치, ‘크라프트베어크2019 : 호모심비우스’

입력 : 2019.11.01 09:37

문화창작발전소로 새 단장하는 당인리발전소

/갤러리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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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시각과 태도를 논하는 조각전 ‘크라프트베어크2019 : 호모 심비우스’가 내달 4일부터 12월 15일까지 당인리발전소 앞 야외 공간과 정촌빌딩에서 진행된다.
 
193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세워진 화력발전소로 수도권 지역에 전력을 공급해 온 당인리발전소는 올해 말 세계 최초의 지하 복합화력발전소가 준공되면 2022년까지 문화창작발전소로 조성될 계획이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발전소 일부를 보존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공연장, 전시장 등 문화예술 창작 공간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산업 시설의 흔적을 지니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아우르고, 한강 밤섬까지 이어지는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해 역사적 기억과 산업,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는 당인리발전소의 변화에 발맞춰 기획됐다. 독일어로 발전소를 뜻하는 전시 제목은 장소를 고려해 붙여진 것이기도 하지만, 조각가의 에너지(Kraft)가 응축된 작품(Werk)을 선보인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시 주제인 ‘호모 심비우스’는 공생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제안한 단어다. 그는 경쟁이 아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1세기에 필요한 인간형은 지구 위 모든 생명체와 공생할 줄 아는 호모 심비우스라고 주장한다.
 
조각가 44인은 나무, 흙, 철, 섬유 강화 플라스틱, LED 등 폭넓은 재료와 조형 어법으로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들은 간결한 추상 언어로 생명을 표현하는가 하면, 오브제 형태로 인간의 욕망과 기억을 다루거나 디지털 시대의 감수성을 반영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물 형상을 선보이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작업은 공생의 중요성과 생태적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한다.
 
당인리발전소 안에는 전기의 혜택이 처음 시작된 곳이라는 뜻의 ‘광혜시원(光惠始源)’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빛을 제공한 장소임을 기념하는 문구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빛이 시작된 곳에서 과학 기술 발전과 개발 지상주의가 초래한 문제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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