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냄새부터 탄내까지… 후각으로 기억되는 세계

입력 : 2019.10.29 20:23

김지수 개인전 ‘풀 풀 풀 - 향’, 내달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휴

<아버지와 나> 이끼, 서류 가방 2019 /아트스페이스 휴
<아버지와 나> 이끼, 서류 가방 2019 /아트스페이스 휴
 
김지수가 개인전 ‘풀 풀 풀 - 향’을 내달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가진다. 작가의 작업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맡았던 오래된 책 냄새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책이 켜켜이 쌓여 발산하는 냄새와 아버지의 냄새가 뒤섞인 곳에서 작가는 많은 상상을 했다. 이처럼 진하고 농후한 경험으로부터 작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예민한 후각을 사용해 세상과 교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후각이 예민한 작가의 근원을 묻는 ‘유전감각’과 작업실에 불이 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냄새나무’ 소묘 시리즈, 그리고 아버지가 실제로 사용한 낡은 서류 가방과 이끼로 작업한 설치 작품 ‘아버지와 나’를 선보인다.
 
<유전감각> 52.3x41.2cm 종이 위에 펜 2019 /아트스페이스 휴
<유전감각> 52.3x41.2cm 종이 위에 펜 2019 /아트스페이스 휴
 
‘유전감각’은 가족의 체취를 채집해 작은 유리병에 넣어 가까이 다가가면 관객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설치한 작업이다. 작가는 체취를 맡을 때 떠오르는 인상을 시구로 옮겨 적는데 ‘태초의 이끼로 뒤덮인 숲에서 방금 걸어 나온 듯한 체취’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의 냄새’ ‘일만 년 된 원고지와 원고지 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깊고 넓은 냄새’ ‘ 새하얀 노트에 고급 잉크로 써 내려간 시의 냄새’ 등이 그것이다. 직접 조향한 향을 전시장 전체 퍼뜨려 이를 ‘겹겹이 퇴적된 동굴 속의 빛을 타고 흘러나오는 냄새’로 명명하기도 한다. ‘냄새나무’는 작업실에 불이 났던 사고를 계기로 탄내와 그을림 등 강렬한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작가는 후각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자신의 세계가 냄새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