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어린 옛 벨기에 영사관에서 마주한 오늘

입력 : 2019.10.23 14:44

작가 7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남서울미술관 속 근현대사

곽이브 ‘셀프 페인팅’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곽이브 ‘셀프 페인팅’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과거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남서울미술관에서 ‘모던 로즈’ 전시를 개최한다. 건립 이후 백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근대 서양 건축물은 흔치 않다.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현대사 하에서 세워졌다가 해체되고 다시 복원돼 지금은 미술관이 된 이 건축물은 다양한 시공간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20세기 초 벨기에 영사관에 핀 장미에서 연유한다. 일제 강점기에 벨기에 영사관이 매각되면서 서양에서 온 장미는 조선호텔로 옮겨져 근대적 감성을 향유하는 상징이 됐다. 오늘날의 정원 장미는 동양의 월계화가 유럽으로 전해져 야생 장미와 만나 만들어진 품종으로, 이후 다시 동양에 유입돼 우리에게 익숙한 꽃으로 자리매김했다. 본 전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장미의 유래처럼,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근대를 현재로 소환한다.
 
이종건 ‘어느 무대’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이종건 ‘어느 무대’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금혜원, 김영글, 이종건 등 7명의 작가가 새로 제작하거나 연출한 작품으로 꾸린 개별 전시는 옴니버스 소설처럼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대한 기록과 기억에서 발굴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20세기 초의 벨기에 영사관부터 재개발로 남현동으로 이전된 시대를 지나, 현대미술 전시 공간이 된 현재와 미래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기록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시도한다. 더불어 미술관 다락도 처음으로 개방해 미술관이 지나온 시간과 흔적을 공유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 건축물이 매개하고 있는 감성의 이면을 들춰 현재의 다층적인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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