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서로 다른 부부 작가 함께하는 전시

입력 : 2019.10.11 17:01

‘하인두 작고 30주년 기념: 류민자 개인전’… 27일까지 가나아트

 부부이자 동료였던 하인두(1930~1989)와 류민자(77)는 오랜 생애에 걸쳐 서로 예술관을 공유, 상호 영향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회화적 양식을 실험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하인두가 1세대 추상화가로서 한국 전통과 불교 사상을 기조로 한 비정형 추상에 천착했다면, 류민자는 전통성과 불교적 도상을 소재로 삼아 구상과 추상의 조형 양식 모두를 실험해왔다.
 
류민자作 <피안> 193.9x582cm Acrylic on Canvas 2002
류민자作 <피안> 193.9x582cm Acrylic on Canvas 2002
 
류민자의 모티프는 자연의 생명력이다. 그는 “자연은 무한한 창조의 원천을 제공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 속에서, 온갖 풍상의 삶을 견뎌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경이로움마저 느끼곤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동양화에서의 ‘기운생동(氣韻生動)’과 맥을 같이 하는데, 비연속적인 붓의 터치와 보색 대비를 통해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해 이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의 풍경 혹은 한국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장소를 ‘정토’라 부르고 이를 화면에 구현한다.
 
본래 동양화를 공부한 류 화백은 하인두의 영향으로 추상화를 비롯해 서구적인 재료를 활용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실제 하인두는 생전 류 화백에게 “동양화, 서양화가 어디 있나. 그저 민자, 너의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너만의 그림”이라며 힘이 돼 줬다고 한다. 매체와 표현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실행하게 된 계기가 남편이었던 셈이다. 특히 단속적인 붓질로 물감을 겹겹으로 쌓아 올려 모자이크 형태의 색면을 그리며, 대상의 형태를 크게 변형하지 않으면서도 추상에 가까운 화면을 완성하는 것이 류 화백의 특징이다. 그의 작업이 자연을 재현한 것임에도 붓으로 짧게 그은 색점들이 더욱 강조되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이유다.
 
하인두作 <혼불-빛의 회오리> 162x97cm 1989 /가나아트
하인두作 <혼불-빛의 회오리> 162x97cm 1989 /가나아트
 
반면, 하인두는 보수적이었던 한국 화단에 ‘색면 추상’이라는 새로운 동향을 불러온 주요한 인물이다. 유럽에서 유입된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았으나 작업에 내포된 근본적인 정신은 ‘전통’에서 찾고자 했던 그는 추상 회화 속에 불교의 원리를 담아내고자 힘썼다. 불교의 탱화 중 하나인 ‘만다라’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우주의 흐름과 그 안에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불교 사상은 그의 작업세계에서 주요한 기반 중 하나였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오방색에서 따온 원색적인 색채를 즐겨 썼다. 이는 류 화백의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인두 작고 30주기를 맞아 그를 회고하는 전시와 함께 류민자 개인전이 동시 마련됐다. 하인두는 1989년 60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내 류민자는 그 이후에도 작가로서의 전환기를 맞으며 꾸준히 작업에 열중해오고 있다. 상호영향 하에 있었던 이들 두 작가의 작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7일까지 서울 평창로 가나아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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