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4 09:31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공자는 '음악은 귀로 마시는 술'이라고 했습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음악에 대해 '사랑을 가져다주는 기분 좋은 음식'이라고 했죠. 오늘 저희가 정성껏 준비한 술과 음식을 마음껏 드세요."
트럼페터 나웅준(35)이 재치 있는 입담과 깔끔한 매너로 '클래식음악 공연 MC계의 유재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웅준이 지난 5월부터 오르간 연주자 류아라와 진행 중인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인 L.콘서트 중의 하나인 '오르간 오딧세이'가 입소문의 근원지다.
이 공연의 기록물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던 사진작가가 공연 보느라 시간 가늘 줄 몰랐다고 전하는 후일담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를 졸업하고 금관오중주 브라스 마켓의 리더로 활약 중인 나웅준은 수준 높은 연주와 함께 쉽고 재미있는 해설 그리고 깔끔한 진행이 특기할 만하다. 대중과 호흡이 뛰어난 연주자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나웅준은 "말과 진행 솜씨는 브라스 마켓의 연주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닝이 됐다"고 웃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은 시행착오를 겼으면서 수없이 당황했다고 했다.
"올해 '오르간 오딧세이'를 진행하면서 물이 오른 것 같아요. 첫 공연 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을 못 잡았는데 점차 유쾌함의 포인트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 내부에 들어가 파이프의 진동으로 인해 몸을 흔들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해내는 식이다.
사실 최근 클래식음악 MC계에 유명 스타들이 대거 유입됐다. 클래식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마티네 콘서트 등에서 유명인들을 얼굴로 내세우는 것이 일종의 흐름이다.
나웅준은 전문성과 친근함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그는 "MC를 맡기 위해서 처음에는 제가 더 유명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했다.
"근데 결국 저에게는 저만의 음악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유명한 분들처럼 감동을 주지는 못 하더라도 제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 마음을 알아주실 거라는 생각이요."
중학교 밴드부에서 관악의 매력을 느낀 뒤 트럼페터의 한길만 보고 걸어온 나웅준은 2000년대 중후반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식계 흥행 열풍을 일으킨 '칸타빌레 콘서트' 시리즈에 참여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트럼펫 꽤나 분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던 만큼 콧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의 일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다 입에 야구공을 맞아 앞쪽의 치아의 상당수가 부러진 것이다. 입술과 이 그리고 호흡을 통해 소리를 내야 하는 관악주자에게는 치명타였다.
인공 치아 등을 박아 넣어 몸은 약 3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더 큰 상처는 마음에 입었다. 치아 각도 등이 달라지면서 예전처럼 연주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그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졌고 몇몇 연주에서는 지휘자로부터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예전에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자만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연주 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하게 됐죠. 정신병원 상담까지 받았고, 사람들이 괜히 미워지고 질투를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결국 그를 구원한 건 음악이었다. 특히 우연한 기회에 음악 심리치료를 공부하면서 새삼 음악의 힘을 깨달았다. 민간 협회에서 심리치료 관련 자격증을 따기도 한 나웅준은 "그간 억눌려 있었던 것이 많이 풀렸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거의 매달 진행 중인 '실뮤연의 뮤직 테라피 콘서트'는 나웅진이 음악심리 치료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음악과 대화로 나누는 자리다. 오는 18일 8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실뮤연'은 '실패한 뮤직 테라피스트 연주자'의 약칭이다. 너무 부정적인 명칭이 아니냐는 물음에 "자학이 아니에요. '실패한'에서 '한'은 우선 과거형이잖아요. 공연마다 마지막에 실패한에 대해 다시 정의를 해요. '실패한'을 '자신을 아직은 모르는'이라고 바꾸자고요. 심리 치료는 중심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알게 된 나웅준은 여전히 낯선 환경에서 연주하면 위축이 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지만 예전보다 회복이 훨씬 빨라졌다고 웃었다.
"이제는 제 자신이 초라하게 안 느껴져요. 예전에는 초라하게 느껴지고 상처를 받으면 정말 날카로워지고 회복도 느렸는데 이제 '에잇'하면서 툭툭 털어내죠. 하하."
앞서 지난 5월 지휘자 최수열,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이 속한 목프로덕션 10주년 기념 공연의 사회도 봤던 나웅준은 "올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웃었다.
오는 5~6일 열리는 '롯데콘서트홀 키즈 콘서트'에서 그레고리 스미스의 '오케스트라 게임'(The Orchestra Game)에서 악기들이 펼치는 다양한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 역할을 맡는다. 스미스의 '동물원 노래'(Zoo Song)에서는 내레이션도 한다. 8세와 5세 두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한 그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어린이 관객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나웅준의 목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음악으로 울림을 주는 것이다. 최근 클래식 공연의 MC를 연달아 맡으면서 재미있게 클래식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람도 더해졌다. "음악을 듣는 모든 분들이 저처럼 자신을 만났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공연과 MC를 잘해나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신의 대답이 기사로 나갈 수 있는지 되물으며 한참을 신중해하더니 조심스레 숫자 18을 말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하는 욕과 발음이 같다면서.
"'실뮤연의 뮤직 테라피 콘서트'를 3월 18일 18시18분에 시작했어요. 다른 달은 18일이 아니더라도 18시18분에 시작을 했죠. 내면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주는 말이잖아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힐링의 시작이 아닐까요? 하하." 트럼펫의 시원한 울림이 귓가에 퍼졌다. 숫자 18이 이렇게 고급스럽게 들리다니.
트럼페터 나웅준(35)이 재치 있는 입담과 깔끔한 매너로 '클래식음악 공연 MC계의 유재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웅준이 지난 5월부터 오르간 연주자 류아라와 진행 중인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인 L.콘서트 중의 하나인 '오르간 오딧세이'가 입소문의 근원지다.
이 공연의 기록물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던 사진작가가 공연 보느라 시간 가늘 줄 몰랐다고 전하는 후일담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를 졸업하고 금관오중주 브라스 마켓의 리더로 활약 중인 나웅준은 수준 높은 연주와 함께 쉽고 재미있는 해설 그리고 깔끔한 진행이 특기할 만하다. 대중과 호흡이 뛰어난 연주자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나웅준은 "말과 진행 솜씨는 브라스 마켓의 연주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닝이 됐다"고 웃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은 시행착오를 겼으면서 수없이 당황했다고 했다.
"올해 '오르간 오딧세이'를 진행하면서 물이 오른 것 같아요. 첫 공연 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을 못 잡았는데 점차 유쾌함의 포인트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 내부에 들어가 파이프의 진동으로 인해 몸을 흔들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해내는 식이다.
사실 최근 클래식음악 MC계에 유명 스타들이 대거 유입됐다. 클래식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마티네 콘서트 등에서 유명인들을 얼굴로 내세우는 것이 일종의 흐름이다.
나웅준은 전문성과 친근함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그는 "MC를 맡기 위해서 처음에는 제가 더 유명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했다.
"근데 결국 저에게는 저만의 음악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유명한 분들처럼 감동을 주지는 못 하더라도 제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 마음을 알아주실 거라는 생각이요."
중학교 밴드부에서 관악의 매력을 느낀 뒤 트럼페터의 한길만 보고 걸어온 나웅준은 2000년대 중후반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식계 흥행 열풍을 일으킨 '칸타빌레 콘서트' 시리즈에 참여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트럼펫 꽤나 분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던 만큼 콧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의 일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다 입에 야구공을 맞아 앞쪽의 치아의 상당수가 부러진 것이다. 입술과 이 그리고 호흡을 통해 소리를 내야 하는 관악주자에게는 치명타였다.
인공 치아 등을 박아 넣어 몸은 약 3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더 큰 상처는 마음에 입었다. 치아 각도 등이 달라지면서 예전처럼 연주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그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졌고 몇몇 연주에서는 지휘자로부터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예전에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자만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연주 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하게 됐죠. 정신병원 상담까지 받았고, 사람들이 괜히 미워지고 질투를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결국 그를 구원한 건 음악이었다. 특히 우연한 기회에 음악 심리치료를 공부하면서 새삼 음악의 힘을 깨달았다. 민간 협회에서 심리치료 관련 자격증을 따기도 한 나웅준은 "그간 억눌려 있었던 것이 많이 풀렸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거의 매달 진행 중인 '실뮤연의 뮤직 테라피 콘서트'는 나웅진이 음악심리 치료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음악과 대화로 나누는 자리다. 오는 18일 8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실뮤연'은 '실패한 뮤직 테라피스트 연주자'의 약칭이다. 너무 부정적인 명칭이 아니냐는 물음에 "자학이 아니에요. '실패한'에서 '한'은 우선 과거형이잖아요. 공연마다 마지막에 실패한에 대해 다시 정의를 해요. '실패한'을 '자신을 아직은 모르는'이라고 바꾸자고요. 심리 치료는 중심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알게 된 나웅준은 여전히 낯선 환경에서 연주하면 위축이 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지만 예전보다 회복이 훨씬 빨라졌다고 웃었다.
"이제는 제 자신이 초라하게 안 느껴져요. 예전에는 초라하게 느껴지고 상처를 받으면 정말 날카로워지고 회복도 느렸는데 이제 '에잇'하면서 툭툭 털어내죠. 하하."
앞서 지난 5월 지휘자 최수열,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이 속한 목프로덕션 10주년 기념 공연의 사회도 봤던 나웅준은 "올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웃었다.
오는 5~6일 열리는 '롯데콘서트홀 키즈 콘서트'에서 그레고리 스미스의 '오케스트라 게임'(The Orchestra Game)에서 악기들이 펼치는 다양한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 역할을 맡는다. 스미스의 '동물원 노래'(Zoo Song)에서는 내레이션도 한다. 8세와 5세 두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한 그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어린이 관객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나웅준의 목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음악으로 울림을 주는 것이다. 최근 클래식 공연의 MC를 연달아 맡으면서 재미있게 클래식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람도 더해졌다. "음악을 듣는 모든 분들이 저처럼 자신을 만났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공연과 MC를 잘해나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신의 대답이 기사로 나갈 수 있는지 되물으며 한참을 신중해하더니 조심스레 숫자 18을 말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하는 욕과 발음이 같다면서.
"'실뮤연의 뮤직 테라피 콘서트'를 3월 18일 18시18분에 시작했어요. 다른 달은 18일이 아니더라도 18시18분에 시작을 했죠. 내면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주는 말이잖아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힐링의 시작이 아닐까요? 하하." 트럼펫의 시원한 울림이 귓가에 퍼졌다. 숫자 18이 이렇게 고급스럽게 들리다니.